김여정 “대북전단 방치 막아라”… “법안 마련” 즉각 응답한 정부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김여정 “대북전단 방치 막아라”… “법안 마련” 즉각 응답한 정부

입력
2020.06.04 20:00
0 0

노동신문에 개인 명의 대남 담화

청와대 “대북전단은 백해무익”

살포 행위 대응책 마련 시사

“납북합의 파기 염두둔 명분쌓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당시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남, 강원도 평창 진부역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막으라며 강력한 ‘대남 경고장’을 보냈다. 정부는 즉각 삐라 살포 행위를 비판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정부가 당장 이행하기 어려운 조치 실행을 요구한 데다 9ㆍ19 남북군사합의 파기까지 예고해 북한이 남북관계 파국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4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개인 명의 대남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3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우려를 표명한 청와대 반응에 비난 담화를 낸 이후 3개월여 만이다. 그는 삐라 문제를 언급한 뒤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해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삐라 살포 문제점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제1부부장은 “(남측 당국이)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잡도리를 단단히 하라”고 주장했다. 2018년 4ㆍ27 판문점선언 당시 남북이 상호 비방을 중지하기로 합의했으나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힐난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간접 겨냥한 내용이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 내용과 형식 모두 이례적이었다. 내용 면에선 2018년 남북관계 평화 분위기 조성 이후 최고 수위 대남 비난이다. 또 그 동안 대남 비난 성명 등은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등으로만 공개해왔는데 북한 일반 주민들의 필독서인 노동신문에 이를 공개한 것도 눈에 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온 것은 의도적이고 기획된 스케줄이 있다는 뜻”이라며 “향후 남북 합의 파기를 염두에 두고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표현의 자유 문제 때문에 함부로 나설 수 없는 ‘아킬레스건’ 삐라 살포 문제를 거론한 것도 심상치 않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김 제1부부장이 경고한 대로 남북관계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18년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함께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담화 수위의 심각성을 고려한 듯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강제하기 위한 법률 정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북전단은 백해무익한 것”이라며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분간 북한은 공세 수위를 높여갈 전망이다. 이미 북한 개별관광, 코로나19 보건협력 등 남측의 협력 제안 카드를 일축해온 데다 ‘로열패밀리’ 김 제1부부장까지 직접 나서 강경 입장을 쏟아낸 만큼 남북관계 냉각기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노동당 국제부 대변인 명의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중국 비난 발언을 반박하는 입장도 냈다. 외무성 대신 노동당이 나서는 형식으로 수위를 조절하기는 했지만 남북은 물론 북미관계 모두 장기전을 대비하는 인상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더 심각해진 경제난 타개를 위해서라도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며 “협력 대상이 반드시 남한이어야 하는 건 아닌 만큼 여러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