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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기본소득 검토할 때 됐다”… ‘1호 담론’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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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기본소득 검토할 때 됐다”… ‘1호 담론’ 공론화

입력
2020.06.05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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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뒷받침 여부 먼저 연구해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ㆍ물질적 자유'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ㆍ물질적 자유'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기본소득’ 화두를 정치권에 던졌다. 기본소득제는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재산이 많든 적든 정부가 국민에게 일정 규모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해 기본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청와대는 “시기상조”란 입장이지만, 여야 일각에선 검토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나와 관련 논의에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통합당 지휘봉을 잡은 이후 사실상 1호 담론으로 기본소득제를 공론화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이라는 선별적 복지를 기조로 삼아 온 보수정당과는 거리가 먼 개념이 기본소득이다. 그간 진보가 독점해오다시피 했던 이슈를 선점해 논의의 주도권을 쥐고, ‘먹고 사는 일은 통합당’이란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앞서 김 위원장은 3일 당 초선의원 공부모임 강연에선 “정치의 근본적 목표는 물질적 자유의 극대화”라며 “배고픈 사람이 빵을 사먹을 수 있는 자유, 궁핍으로부터의 자유”를 거론했다. ‘사회경제적 약자의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언급함으로써 좌파담론으로 여겨졌던 복지 어젠다를 가져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날 기본소득 언급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 지급 대상이나 도입 시기 등 ‘각론’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소득을 당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국가재정이 어떻게 뒷받침 할 수 있을지를 먼저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제 현실화를 위해선 세금 인상 등 막대한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선별적 지급, 혹은 단계적 확대를 구상하고 있는 듯하다. 김 위원장은 “보편적 지급을 하려면 엄청난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며 전국민 지급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실업자들에게 어떻게 소득을 보장할 것이냐는 개념에서 (기본소득을) 말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실상 미취업 청년이나 노인을 지급 대상으로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소득ㆍ재산ㆍ근로 여부 등과 상관 없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기본소득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을 꺼내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그는 2017년 펴낸 저서 ‘결국 다시 경제민주화다’에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 받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사회는 그 기초를 보장해줄 의무가 있다”며 기본소득 논의를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에 따라 일자리 감소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보완할 방안으로 기본소득을 거론한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진보진영의 전유물과 같았던 기본소득 이슈를 선제적으로 들고나온 것은 일단 좌클릭을 통해 당 외연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최근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현금 지급 과정에서 적잖은 매표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2022년 대선이 여야 간 ‘퍼주기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비한 포석이란 시각도 있다. 2012년 대선 때도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개념을 선점해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적이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생애주기를 고려한 한국형 기본소득(K-기본소득) 도입방안을 집중 검토해 나가겠다”며 김 위원장과 일단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선진국에서도 본격적인 도입 사례가 거의 없는 데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선을 긋고 있어 논의가 구체화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김 위원장이 선거전략 차원에서 기본소득제를 거론하는 것일 수도 있는 만큼 단기간 내 본격적인 정책 공방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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