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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 대통령 새 사저 부지는... “풍수지리 좋아 외지인 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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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독] 문 대통령 새 사저 부지는... “풍수지리 좋아 외지인 탐내”

입력
2020.06.05 02:5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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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부지 경남 양산 평산마을 가보니

문 대통령 내외 공동명의로 경남고 후배 집 4월 말 매입

[저작권한국일보] 그래픽=송정 기자
[저작권한국일보] 그래픽=송정 기자

"문재인이 땅 보러 왔능교?"

4일 오전 8시,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하게 될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회관 인근에서 만난 주민은 ‘땅을 좀 보러 왔다’는 기자에게 대뜸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려온다’는 소문이 마을에 공공연히 돌고 있다고 했다. “쭉 올라가보이소. 올라가면 연못 하나 나올 껍니더. 거기 땅을 샀다 안캅니꺼.”

‘평산마을2길’을 따라 5분쯤 걸으니 “백련(흰 연꽃)이 피면 장관”이라고 주민들이 입 모아 말한 작은 못이 나왔다. 못 오른쪽 낮은 구릉에 단층 건물이 올라 앉아 있고, 그 건물을 둘러싼 부지가 문 대통령 부부의 사저가 신축될 곳이다. 문 대통령 내외는 올해 4월 말 평산마을의 2,709㎡(819.47평) 크기 부지를 공동명의로 매입한 것으로 현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이 중 291㎡는 정부와 공동명의). 한 주민은 “한달 전쯤인가, 젊은 청년들이 땅을 보고 다녔다”며 “체격이 워낙 좋아서 ‘보통 땅’을 알아보는 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공동명의로 최근 구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의 부지. ‘출입금지’라고 적힌 검은 철문 뒤로 한의원으로 운영됐던 건물이 보이고 있다. 문 옆엔 ‘약초재배지’라는 명패가 달려 있다. 양산=신은별 기자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공동명의로 최근 구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의 부지. ‘출입금지’라고 적힌 검은 철문 뒤로 한의원으로 운영됐던 건물이 보이고 있다. 문 옆엔 ‘약초재배지’라는 명패가 달려 있다. 양산=신은별 기자

높은 철문으로 둘러싸인 건물은 ‘한의원 집’으로 불린다고 했다. ‘출입금지 CCTV 작동 중’이라는 표지판 걸려 있을 뿐, 인기척은 없었다. 건물 뒤편으론 숲이 우거져 있다. 한 쪽에서 중장비로 숲을 베어내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문 대통령 내외에 건물을 판 건 한의사 A씨였다. 본보 취재 결과, A씨는 문 대통령의 경남고 2년 후배다. 한 주민은 “별장으로 이용하는 것 같았다. 주민들과 딱히 교류는 없었다”고 기억했다.

주변은 조용했고, 새 소리가 들렸다. 마을 이장에 따르면, 마을엔 48가구가 산다. 한 주민은 “뒤에 영축산도 있고, 공기도 좋다”고 자랑했고, 또 다른 주민은 “대부분 60대 이상이 살아서 시끄러울 일 없이 조용하다”고 소개했다. 사저 신축 공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나, “어제(3일) 누가 와서 측량을 하고 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경호동은 문 대통령 사저에서 100m가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들어설 예정이다. 문 대통령 내외의 부지 매입 전후로 752㎡(227.47평) 크기 부지가 정부 명의로 매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경호동 부지엔 붉은 지붕의 집 한 채가 있다. 이웃 주민은 “교수님 집이었다”고 했다. “5월 초에 갑자기 이사를 간다고 하데예. ‘잘 살아 봅시더’ 하더니 간다카길래 이유를 물어도 ‘그리 됐심더’라고만 하더니…”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구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부지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백련이 피는 작은 못을 품은 이 마을엔 48가구가 살고 있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구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부지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백련이 피는 작은 못을 품은 이 마을엔 48가구가 살고 있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문 대통령 사저 부지는 ‘외지인이 탐내는 곳’이라고 현지 부동산 업자들이 한결 같이 말했다. 사저 부지에서 약 2㎞ 거리엔 통도사가 있고, 테마파크인 ‘통도 환타지아’도 가깝다. 한 부동산 업자는 “평산마을 대부분을 절이 소유하고 있어서 살 수 있는 땅 자체가 많지 않다”며 “워낙 풍수지리가 좋고, 개발로 망가질 일도 없어서 외지인들이 눈을 벌겋게 하고 땅이 나오길 기다린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자는 “인근 전원마을에도 외지인이 많이 들어와서 외제차만 죄다 굴러다닌다”고 했다.

토지 시세는 3.3㎡ 당 약 100만~150만원 정도인데, 문 대통령 사저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나면서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한 부동산 업자는 “시세란 게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땅을 사려면 대기자 접수를 하고 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부지 매입 내용을 안다는 한 인사는 “시세대로 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약 8억~ 12억원에 사저 부지를 샀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산마을은 접근성이 좋다. KTX 울산역이 차로 20분(12㎞) 거리다. 사저 부지 바로 앞엔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다. 문 대통령의 현재 사저는 양산시 매곡마을에 있다. 문 대통령이 사저를 옮기면서 지난해 작고한 모친 묘소와 더 가까워졌다. 매곡마을과 묘소는 25㎞, 평산마을과는 14㎞ 거리다.

문 대통령 내외가 ‘이웃’이 된다는 소식에 주민들 사이엔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한 주민은 “외부에서 관광객들이 오면 상추라도 좀 사서 갈 수 있고, 밥도 사 먹을 수 있고, 아무래도 동네 경기가 좀 좋아지지 않겠나”고 했다.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 곳인데 시끄러워져서 좋을 것이 뭐 있나. 보수적인 마을인데, 문 대통령을 반기는 사람이 많아 놀랐다”고 한 주민도 있었다.

양산=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양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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