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최낙언의 식품 속 이야기] 향기물질이 코로나 감별에 도움이 될지도

입력
2020.06.04 18:00
수정
2020.06.04 19:00
25면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향이 있다. 오래된 책에도 특유의 향이 있어서 책을 펼치면 그 냄새가 먼저 다가온다. 그래서 과학자 중에 그 향을 분석하여 그 실체가 종이를 구성하는 성분들이 서서히 분해되면서 생성된 바닐린, 벤즈알데하이드, 푸르푸랄 같은 물질임을 밝히기도 했다. 음식이 아닌 책의 냄새 성분이지만 많은 식품에 존재하는 향기 물질들이다. 바닐린은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의 핵심적인 향기물질이고, 벤즈알데하이드는 체리와 아몬드에 특유의 맛을 내는 물질이고, 푸르푸랄은 빵, 너트, 캐러멜, 커피 등에 널리 존재하는 향기 성분이다. 그러니 이들은 비록 이름은 생소하지만 직접 냄새를 맡아보면 바로 알아챌 만큼 친숙한 것들이다.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감칠맛, 쓴맛 이렇게 5가지뿐이고, 세상의 온갖 다양한 맛은 향에 의한 것이다. 바나나에도 바나나 고유의 맛 성분은 없고, 바나나 특유의 향이 있을 뿐이다. 더구나 바나나의 향은 이소아밀아세테이트라는 한 가지 분자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향은 향기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향신료, 과일, 채소, 커피, 와인 등 어떤 식품이나 식재료든 맛을 조금만 깊이 파고들면 그것을 이루는 향기 물질과 만나게 되고 향기 물질은 생각보다 공통적이다. 그러니 향기 물질의 관점에서 보면 꽃과 향신료와 과일 등이 별로 다르지 않다. 같은 향기 물질의 서로 다른 배합비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향기 물질은 향료를 만드는 조향사 정도나 접하지 일반인뿐 아니라 식품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마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리고 경험해보지 못해서 발생하는 오해도 상당히 있다. 예를 들어 좋은 향과 나쁜 향이 따로 있다는 생각 같은 것이다. 아주 매력적인 냄새를 가진 식품은 개별적으로 좋은 향을 가진 물질로만 혼합되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좋은 향을 내는 것도 구성 물질을 하나하나 따로 냄새를 맡아보면 3분의 1 정도는 중립적이고, 3분의 1 정도는 오히려 싫어할 만한 냄새이다. 그런 냄새들이 잘 조화를 이루어 깊이와 매력이 만들어진다. 같은 냄새물질도 맥락에 따라 완전히 그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다.

뷰티르산의 경우 대표적인 악취물질로 알려졌다. 실제 사람의 구토물 등에 존재하며, 과거에 뷰티르산의 냄새를 맡으면 먼저 상한 음식이 연상되는 불쾌한 냄새로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사람들에게 이 분자의 냄새를 맡게 하자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 대부분 치즈, 요구르트와 같은 것을 연상하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최근 사람들은 심하게 상하고 부패한 음식을 통해 뷰티르산을 느낄 기회는 별로 없다. 오히려 블루치즈나 요구르트 등을 통해 경험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같은 뷰티르산이지만 부패취 대신 발효취로 느끼는 것 같다. 더구나 과거에 뷰티르산은 지방산 중에서 분자의 길이가 짧아 특유의 냄새가 있다는 정도로만 인식이 되었는데, 최근에는 건강에 유용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고 당뇨병, 비만, 염증 조절 등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미지가 좋아지면 더욱 좋은 냄새로 인식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냄새물질 중에는 실제로 냄새를 맡아보고 관련 이야기를 알아보면 재미있고 유용한 내용도 많은데, 개별 냄새물질을 접해볼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코로나19와 관련되어 관심을 끄는 점이 하나가 있는데, 바로 코로나19에 걸리면 초기 증상으로 일시적으로 후각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 방역에서 가장 힘든 점의 하나가 바로 무증상의 전염이다. 코로나 증세가 확실히 나타난 이후에야 감염력이 생긴다면 확산의 차단이 용이할 텐데, 자신이 코로나에 걸린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상태에서 활동을 하다가 주위 사람에게 퍼트릴 수 있다. 그러니 가장 빨리 코로나 감염 여부를 알아챌 수 있는 증상을 알아두는 것이 유용한데 후각의 변화가 유력한 후보라는 것이다. 최근 260만명 데이터로 분석하여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감기의 대표적 증상인 체온 상승과 기침 여부는 이번 코로나의 경우 4번째와 5번째 증상에 불과해 감염 여부를 미리 체크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초기 증상 1위가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이고, 2번째가 식사를 건너뛰는 것이다. 사실 후각을 잃게 되면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어떻게 요리하든 모두 같은 맛이 되어 식사를 할 의욕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적당한 향기물질을 두고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 체온을 체크하는 것보다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파악하는데 유용한 힌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냄새를 맡기에는 천연식품의 향보다는 개별 향기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식품에 존재하는 향기물질은 0.1% 이하인데 향기물질은 순도가 99%이므로 식품에 존재하는 것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한 것이라 그것의 냄새를 눈치 채지 못한다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최낙언 편한식품정보 대표ㆍ식품공학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