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닥친 1990년대 후반, 숱한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가운데 김성회 대표의 태진기전도 폐업 위기를 맞았다. 40대 초반이던 김 대표는 무작정 회사 문을 닫으면 함께 직원의 생계도 무너질 거라 생각해 최소 생활비만 나누겠다는 각오로 회사를 유지했다.
위기를 넘기고 회사가 정상화 된 이후, 김 대표는 직원과 지역사회 보답에 나섰다. 직원 복지 수준을 높이고, 회사가 위치한 인천 지역 주민을 우선 채용했다. 출소자의 사회적응을 지원하고, 업무 중 병상에 누운 경찰관 자녀를 돕기 위한 장학금도 기부했다.
국세청은 김 대표처럼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면서도 사회공헌을 실현하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납세자 30명을 ‘올해의 아름다운 납세자’로 선정하고 4일 초청 행사를 열었다. 국세청은 2011년 이후 10년째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이들을 발굴해 감사를 표하고 있다.
올해 ‘아름다운 납세자’에는 회사 대표, 개인사업자 외에 일반 회사 근로자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노약자나 출소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봉사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지역민과 장애인 등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의료법인 중앙의료재단(대표 박태건)은 대전과 충북 영동에서 노인전문병원을 운영하면서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 공헌해 왔다.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농촌 어르신을 위해 매년 각 가정을 방문해 양ㆍ한방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인과 장애인, 치매 관련 지역행사에 연간 20회 이상 참여하면서 약 1만여명에게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근로자로서 아름다운 납세자에 선정된 김태곤 스템코 과장은 회사에서 진행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을 계기로 가족들과 함께 장애인 행사 간식 기부, 차량 지원 등의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을 찾아 가족캠프를 여는 등 장애인을 위한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세청은 아름다운 납세자 수상자에게도 모범납세자와 동일한 혜택을 준다. 수상자들은 3년간 세무조사를 미룰 수 있으며, 세금 납부를 미룰 때 담보를 면제받는다. 출입국시 공항에서 우대 심사를 받을 수 있으며 기차를 탈 때도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국세청은 본청 조세박물관은 물론 각 지방청 홍보관에 수상자 사진과 공적을 소개하는 아름다운 납세자 부스를 운영하기로 하고 이날 제막식을 열었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옛 말에 남의 빨래를 해 주다 내 발이 희어진다는 ‘세답족백(洗踏足白)’이라는 말이 있다”며 “아름다운 납세자들이 실천한 나눔이야말로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사회로 발전하는 마중물이 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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