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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한국인] 포스트 코로나 19,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가 우세

입력
2020.06.05 18: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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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위험은 여전하지만, 일상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고3 학생들은 대면 수업을 시작했고, 아직 ‘랜선 등교’하는 학생들도 단계적으로 교실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활형 거리두기로 지침이 바뀌었다. 점심시간 직장 주변 식당 풍경은 마스크를 썼다는 것을 빼고는 코로나19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첫 확진자 출현 후 어느새 4개월이 지났다. 급박한 위기 상황을 겪으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감염에 대한 불안은 마스크 속 의심과 경계에 기반한 관계를 만들어냈고, 거대한 위험 앞에 무기력한 개인들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비난으로 분노를 배설했다. 1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고립과 배제를 경험했다.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 비대면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가 일상 용어처럼 사용되며,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되돌아보게 했고, 많은 것을 변화시킨 4개월이었다.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됐던 ‘렘데시비르’의 국내 도입이 승인되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근원적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은 올해 안에 힘들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새로운 확진자 증가가 주춤하면서 코로나 이후 전망과 변화에 대한 논의가 나타나고 있다. 첫 확진자가 나타난 1월 20일부터 6월 3일까지의 신규 확진자 추이와 ‘포스트 코로나19’ 관련 기사의 수를 함께 놓고 관찰했을 때 이런 양상은 명확하게 나타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련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 경험한 위험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민낯에 대한 점검과 성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를 ‘새로운 기회’로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변화는 ‘일과 학습’이라는 기본적인 업무 영역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됐다. 그뿐만 아니라 여가 방식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변화를 예상한다. 긴 시간 집에서 보내며 새로운 차원에서 업무와 여가를 경험하게 되었고, 그런 경험이 싫든 좋든 앞으로는 불가피한 변화로 연결될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시민의식의 기준이 큰 변화를 나타낼 것이라는 응답도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다. 감염 사실과 접촉 대상을 밝히는 것이 확진자에게 대단한 ‘용기’를 강요하는 것이어서 강요할 수 없으며, 오히려 확산 방지 노력을 힘들게 한다는 ‘포용적 방역’의 효과를 체득했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 사회가 맞은 상황을 위기로 볼 것인지, 아니면 기회로 여기는지’ 물어본 결과, 기회(60.4%)라고 답변한 비중이 위기(39.6%)보다 크게 많았다. 겪은 시간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새로운 일상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전망에 대한 국민 인식과 함께 이번에는 공적인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19 담론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 시스템을 활용해 기사 데이터를 추출했을 때, 1월 20일부터 6월3일까지 포스트 코로나19를 언급하고 있는 총 기사 건수는 8,819건이었다. 그중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위기와 우려를 중심으로 논의된 기사 수는 약 4,600건, 기대와 희망이 중심이 된 기사는 3,600여건이었다. 단순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위기보다 기회로 보는 국민들의 인식과는 다소 차이가 나타났다.

포스트 코로나19 관련 기사의 주 관심은 경제

기사를 통해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기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위기 속에서 경험한 언택트가 가장 중심적 키워드로 나타났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의 접촉 방식 변화는 생활과 업무 전 영역에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게 했고, 다른 영역에서도 변화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내용 중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반강제적인 재택 근로와 교육을 경험하면서, 자발적이든 강요된 것이든 향후 주된 일의 공간이 달리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을 널리 받아들인 것이 눈에 띈다.

전반적으로 기사에서 포스트 코로나19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경제 영역에 관한 내용이다. 기본적인 일자리 문제와 함께 위축된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다수의 키워드 속에 반영됐다. 기대와 우려가 모두 표출될 수 있는 키워드들이지만, 위기 이후에 사회적 혹은 정책적 차원에서 필요한 대비가 주로 논의되기에 변화에 대한 우려와 위기 관련 기사의 비중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형 거리두기로 정책 방향이 바뀌었지만 길거리에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 주점과 노래방, 물류센터 등 새로운 바이러스 확산 지점이 나타나고 2차, 3차 팬데믹까지 예측되는 상황에서 어쩌면 포스트 코로나19는 너무 이른 논의라고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대비는 늦은 것보다는 조금 이른 것이 낫다. 4개월이라는 시간이 물리적으로는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아득하게 오랜 기간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건과 대응이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존재했기에 불안한 미래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우리 국민들이 품고 있는 새로운 기대도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제나 미래 예측은 어렵다. 하지만 결국 지나온 시간과 현재를 기반으로 예측하는 노력은 중요하다. 가까운 미래 이슈들을 살펴본 이번 작업은 미래에 대한 대비와 함께 현재 상황을 짚어보는데 의미 있는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배 영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한국일보-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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