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이수역 폭행사건’으로 알려진 남녀 간 쌍방폭행 사건의 당사자들이 1심에서 각각 벌금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배성중 부장판사는 4일 공동폭행ㆍ상해ㆍ모욕 혐의로 기소된 A(28ㆍ여)씨와 B(23ㆍ남)씨에게 각 200만원과 1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검찰의 약식기소 및 구형과 같은 금액이다. 단, A씨의 상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쟁점은 상해죄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양측은 공동폭행 및 모욕 혐의는 인정했으나,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주점 출입구 계단에서 발생한 상해죄에 대해서는 범행을 부인했다. 여성 A씨는 “신체적 차이와 행위를 보면 B씨에게 상해가 발생했는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남성 B씨는 “정당방위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배 부장판사는 이날 B씨의 상해죄는 유죄로, A씨의 상해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의 손을 뿌리치면 넘어져 다칠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며 미필적으로나마 상해의 의도가 있다고 보았다. 반면 “B씨가 입은 상해는 A씨의 손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의 상해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배 부장판사는 그러나 “이 사건은 A씨의 모욕적 언급으로 유발돼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검사의 구형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에 대해서도 A씨의 상해 부위, 정도에 비춰 책임이 작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수역 폭행사건은 A씨 등 여성 일행 2명과 B씨 등 남성 일행 5명이 2018년 11월 13일 오전 3시 30분쯤 이수역 부근의 한 주점에서 서로 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양측이 서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등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A씨 측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이 피해자인데 피의자로 입건됐다”는 글을 올리며 ‘젠더 갈등’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A씨 일행이 먼저 다른 테이블에 있던 남녀에게 “한남충(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발언)”이라고 지칭하며 모욕적인 발언을 했고, B씨 일행이 남녀 일행을 옹호하며 싸움이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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