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동안 갇혀있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9세 어린이가 끝내 숨졌다.
4일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30분쯤 천안시 동남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군(9)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인은 심정지 및 다장기 부전증인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사망으로 전날 구속영장이 발부된 계모B씨(43)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 치사) 등의 혐의를 받게 된다.
경찰은 오는 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군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B씨는 지난 1일 천안 서북구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A군을 7시간가량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했다.
B씨(43)는 A군을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한 뒤 외출했다. 3시간 뒤에 돌아온 계모는 A군이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다른 가방에 가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조사에서 계모는 “게임기를 고장 내고 거짓말을 해 훈육차원으로 가방에 가뒀다”고 진술했다.
A군은 지난달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눈과 손 등에 멍 자국이 있어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B씨를 모니터링 하던 중이었다.
B씨는 전날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은 크게 달아오르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한 네티즌은 “아이가 학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언제쯤이면 이런 말도 안 되는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어지겠는가”라고 탄식하는가 하면, 다른 네티즌들은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지못미). 다시 태어나면 사랑 가득한 부모에게 태어나 행복하게 자라라”는 기원이 줄을 이었다.
“동거녀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분노도 극에 달했다. 급기야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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