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 전역의 시위 진압을 위한 현역병력 동원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동원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주(州) 차원에서 시위 진압이 안 되면 군 투입도 불사하겠다고 강경대응을 경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의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긴급하고 심각한 상황일 때 사용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807년 제정된 폭동진압법을 발동하면 대통령이 주지사의 동의 없이 시위 진압에 정규군을 동원할 수 있다. 이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마지막으로 발동됐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대응을 이어가면서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에스퍼 장관은 또 시위 대응을 논의하면서 ‘전투 현장’(battle space)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것과 관련 “매일 사용하던 용어라서 사용한 것 일뿐”이라고 해명했다. 시위대나 시위 현장을 적대시해 뱉은 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돌아간다면 다른 표현을 썼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미국 CNN방송은 국방부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군 투입 의지를 밝히기 전부터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브리핑이 트럼프에 일종의 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위대가 약탈과 방화 등 과격 양상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력배’라고 칭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밝혀왔다. 수도 워싱턴 외곽에는 현역 육군 1,600명이 배치돼 경계 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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