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수 펑크’를 고려해 역대 최대 규모인 12조원대 세금수입 계획 변경(세입경정)에 나섰다. 당초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 연말에는 집행할 예산이 모자랄 수 있어, 미리 국채 발행 계획을 세워 놓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적정한 추산이라고 설명하지만 너무 낙관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입경정의 근거가 되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국제통화기금(IMF) 등 다른 전망기관보다 높은데다, 하반기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관련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역대 최대 세수 감소 전망
정부가 3일 공개한 35조3,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는 올해 경제성장률 하락을 반영한 11조4,000억원의 세입경정이 포함됐다. 앞선 1차 추경에서 줄인 8,000억원까지 더하면 올해 세입경정은 총 12조2,000억원에 달한다.
연간 세입경정 규모가 10조원 이상이었던 것은 2013년(12조원)과 2009년(11조2,000억원) 두 번뿐이다. 그나마 2013년 세입경정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지분 매각이 지연된 데 따른 세외수입 삭감(6조원)이 포함돼 실제 깎은 세금은 6조원에 불과하다. 외환위기가 몰아친 1998년의 세입경정 규모도 7조2,000억원이었다.
정부가 이처럼 대규모 세입경정에 나선 것은 올해 세수 추정 척도가 되는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당초 3.8%에서 0.6%로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세금을 목표치에 비해 얼마나 걷었는지 나타내는 올해 세수진도율(3월말 기준 23.9%)도 최근 5년 평균치(25.8%)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에 정부는 소비 위축 영향으로 부가가치세가 당초 목표보다 4조1,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의 경영악화로 법인세 전망치도 5조8,000억원 줄였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법인세 수입(58조5,000억원)은 지난해 실적(72조2,000억원)보다 13조7,000억원이나 적다.
◇“여전히 낙관적” 지적도
그럼에도 정부 예상치 보다 세수 펑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올해 경제전망이 다른 기관보다 낙관적이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그만큼 세금이 덜 걷힐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실질성장률 0.1%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IMF는 -1.2%를 전망했으며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ㆍ-1.5%), 피치(-1.2%), 무디스(-0.5%) 등도 역성장을 점쳤다. 한국은행도 -0.2%의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올해는 성장률 후퇴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더구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다시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겨울철 2차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성장률은 현재 전망치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실제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할 때, 통상 계획했던 사업의 집행 시기를 미루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19조원에 달하는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만큼, 예산 이월ㆍ불용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세입 결손이 현실화하면 또 다시 추경을 하거나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채를 더 찍어내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0.1% 성장률을 바탕으로 세수 전망을 한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코로나 확산, 미중 갈등 등으로 하반기 경제도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세입경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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