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ㆍ임금체불 제소해도 긴급사태 중 재판 중단
생계 곤란 호소에 노동 변호사들 재판 재개 촉구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증한 해고 등에 대한 민사소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당수의 재판이 지연되면서 생활고를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4월 7일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 후 전국 지방재판소(법원)가 감염 확산 방지를 이유로 ‘긴급한 사건’ 이외의 민사소송 일정을 연기하면서다.
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영업직에 근무하던 한 30대 남성은 2월 말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뒤 4월 초 요코하마지방법원에 지위보전및임금지급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임신한 아내와 어린 아이를 부양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수입이 끊겨 생활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 1~2주 내에 잡히던 법원의 심리기일이 긴급사태를 이유로 5월 22일에야 잡혔다. 변호인 측은 “의뢰인으로부터 여러 차례 ‘생활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법원이 노동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후생노동성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해고ㆍ고용중단이 발생했거나 예정된 노동자는 7,428명이다. 각 지역 노동국이 기업 측으로 들은 수치인 만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평이 많다. 이처럼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해고 통지를 받은 노동자들이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법원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판을 중단하면서 ‘2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에 노동전문 변호사들로 구성된 일본노동변호단은 지난달 21일 ‘기일을 멈추지 말라’는 온라인 집회까지 열면서 법원의 조속한 재판 재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헌법 32조에 규정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거론하며 “신속하고 적절한 절차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또 “생계와 직결돼 신속한 해결을 요하는 노동재판이 중지됨으로써 노동자들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 내 칸막이 설치나 화상회의 시스템 이용 등 감염 방지 대책 시행을 요구했다. 일부 설문조사에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담당사건 기일이 연기되는 경험을 한 변호사가 95%에 달했고, 심지어 20건 이상이 연기됐다고 밝힌 변호사도 있었다.
도쿄지방법원은 이달 1일부터 이른바 ‘3밀(밀폐ㆍ밀집ㆍ밀접)’을 해결하는 조치를 강구해 긴급사태 기간 동안 취소된 재판기일을 순차적으로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당분간 평소보다 기일 지정을 줄일 예정이어서 노동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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