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양향자(광주서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단단히 뿔이 났다. 양 의원이 지난 1일 “21대 국회 1호 법안”이라며 대표 발의한 ‘역사왜곡금지법’이 되레 5ㆍ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시민단체들은 양 의원의 역사왜곡금지법 발의를 ‘한 의원의 눈에 띄는 돌출행동’으로 규정하며 양 의원에게 “법안 발의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광주시민단체협의회(시민협)가 3일 내놓은 성명서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양 의원의 갑작스런 행동을 우려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시민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초선인 양 의원이 진중하고 치열하게 의정 활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협은 그러면서 양 의원의 역사왜곡금지법 발의를 두고 “당초 광주ㆍ전남 의원들이 5ㆍ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을 일부 개정하는 방식으로 역사왜곡처벌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통상 국회는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비슷하면 병합해 심사하는데, 양 의원이 발의한 역사왜곡처벌법과 민주당이 당론으로 입법을 추진 중인 5·18역사왜곡처벌법이 비슷해 병합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병합 심사로 인해 결국 입법이 지연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시민협은 “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의욕적인 입법 활동을 탓하거나 광주ㆍ전남 의원들에게 모든 법안 처리에서 원팀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며 “5ㆍ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세력들을 단죄하는 역사왜곡처벌법 처리 문제는 지금의 정치 지형과 이념 갈등 등을 감안, 전략적 판단과 방법적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훈수했다. 시민협은 이어 “한 의원의 눈에 띄는 돌출 행동으로 다루어질 일이 아니다”며 “이 사안은 더는 용인하거나 시간을 끌 수 없는 광주ㆍ전남의 절박하고도 중차대한 입법이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시민협은 법안 내용을 문제 삼기도 했다. 역사왜곡처벌법안은 5ㆍ18과 일제강점기 전쟁범죄, 4ㆍ16세월호참사와 관련해 사실을 왜곡하고 폄훼하거나 피해자와 유가족을 이유 없이 모욕할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시민협은 “우리가 지난 조국사태에서 목도했듯이 지금 한국사회는 극심한 이념 갈등과 분열의 터널 속에 갇혀 있다”며 “이 때문에 아직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들이 포함된 법안이 상정되면 극심하고 불필요한 ‘역사 논쟁’과 ‘이념 전쟁’을 유발할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비판했다.
시민협은 양 의원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시민협은 “우리는 지난 시기 양 의원의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 단체와 유가족에게 행한 발언과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옹호하는 언행에서 광주정신에 맞는 정체성을 가진 정치인인가라는 회의를 가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양 의원은 이에 대해 “큰 틀의 제정법과 여러 개정안이 함께 발의되면 국민적 이해도와 관심도가 높아져 법안 통과에 오히려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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