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듬후야? 듬흑이야?” 대한민국 정부 유튜브 로고 논란

입력
2020.06.03 15:42
0 0

 [시시콜콜Why] 직관성 부족에 디자인 철학 의문 지적 나와 

 손혜원 “무식해서 나쁜 사람들…국격에도 문제, 다시 하라” 

대한민국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 로고
대한민국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 로고

대한민국 정부 공식 유튜브 채널의 바뀐 로고를 두고 3일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자음의 따 새 상징을 만들었지만 ‘듬후’, ‘듬흑’으로 읽히는 등 한 눈에 한국과의 연관성을 직관적으로 알아보기 어렵고, 담겨있는 철학 또한 불분명하다며 디자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왜 ‘대한민국’은 듬후, 듬흑이 됐나 

소주 ‘처음처럼’, ‘참이슬’과 홍삼 ‘정관장’, 커피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 등 누구라도 이름만 들으면 알 유명 상표 수십여 개를 작업한 40년 경력의 광고 디자인·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죠. 열린민주당 소속 손혜원 전 국회의원은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손혜원TV’에 ‘대한민국 유튜브 로고 디자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32분 분량 영상을 올려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손 전 의원은 첫 번째로 ‘대한민국’의 자음을 ‘대한(ㄷㅎ)’과 ‘민국(ㅁㄱ)’으로 자른 뒤 세로로 배치한 것을 문제 삼았는데요. 그는 “대한민국은 가로로 써 한 단어로 보이게 하든지 그 중 ‘한’과 ‘국’이 합쳐져 한국이 되게 해야 하는데 세로로 보면 ‘대민’으로 읽힌다”라며 “결정적으로 모음을 생략하니 듬후, 듬흑 같아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 상징인데 당당하게 가로로 ‘대한민국’ 넣고 그냥 한글을 읽도록 하면 안 되나”라며 “지금 방탄소년단을 비롯해서 K팝 등 영향으로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도 많아졌는데 어이없게 글자 줄이고 세로로 넣어서 무슨 듬후, 듬흑 이런 것을 만들어 놓느냐”라고 질타했죠.

 가장 한국적인 글자 ‘ㅎ’을 왜곡했다고?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 사진제공 간송미술관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 사진제공 간송미술관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한글 자모 24자 중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글자라 불리는 ‘ㅎ’을 왜곡했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손 전 의원은 “이 사람들이 얼마나 나쁜지, 얼마나 무서운 짓을 했는지 보여주겠다”라며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 창제의 목적과 원리를 밝히며 쓴 ‘훈민정음 해례본’을 들었습니다.

그는 먼저 “훈민정음 혜례본의 ‘납’자를 보면 모음 ‘ㅏ’에는 점을 찍고 받침 ‘ㅂ’은 옆으로 조금 나가있는데 ‘ㅏ’에 찍힌 점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이후 “그런데 세종의 한글에서 가장 위대한 자로 볼 수 있는 ‘ㅎ’을 어줍잖은 로고를 만든다고, 윗줄을 맞춘다는 객기로 잘라내 왜곡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오른쪽 밑에 한자로 된 정부는 또 무슨 갑질이냐”라면서 “사람들이 보고 모두 ‘대한민국이구나’, ‘우리 나라를 상징하는 것이구나’라고 느끼게 한다면 이런 대한민국 정부라는 글자는 필요 없다”라고 잘라 말했는데요. 그는 “대충 하지는 않았겠지만 기본적으로 글자에 대한 철학이 없는 사람이 만들고 그런 사람들이 최종안을 결정했다고 본다”라고 추측했습니다.

 손혜원 “무식해서 나쁜 사람들, 책임자 사과하고 다시 해야”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 뉴시스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 뉴시스

손 전 의원은 “이 로고를 디자인한 사람들은 정말 무식해서 나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라면서 “로고를 기획한 사람도 문제가 많지만 그것을 결정한 사람이 더 나쁘다”라고 꼬집었는데요. 그는 “청와대 조직이 어떻게 돼있는지 굉장히 걱정이다”라면서 “대통령에 보고는 됐겠지만 문 대통령은 ‘전문가가 했다’고 하면 이런 것을 갖고 크게 따지지 않아 최종 결정자라고는 볼 수 없다”라고 봤죠.

손 전 의원은 “누가 했는지 찾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그의 방송을 보던 한 시청자가 ‘탁현민 비서관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자 “저는 탁현민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하기도 했어요. 이어 “디자이너는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했겠지만 청와대 안에서 누군가 결정을 내리고 후보 안을 대통령에게 들고 갔을 텐데, 누가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책임지고 잘못했다 사과한 뒤 국민에게 물어보고 다시 해야 한다”라고 했죠.

또한 “전 세계인이 보는 유튜브를 어떻게 이렇게 이상한 왜곡된 글자를 갖고 할 생각을 하나”라며 “한글의 기본, 한국의 정체성도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로고를 만들고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어떻게 외국에 보여져야 하는지 자존심도 없는 청와대 실무자들이 있으니 이런 것이 결정되는 것”이라 일갈했는데요. 그러면서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라며 “대중이 ‘뭘 뜻하지’, ‘왜 이렇게 했지’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게 (잘못된 것이) 맞는 거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새 로고 두고 여론 분분,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 

새 로고가 대한민국 정부 유튜브에 활용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처
새 로고가 대한민국 정부 유튜브에 활용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처

실제 국민들의 반응도 대체로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듯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로고를 두고 “처음 보고 ‘듬후가 도대체 뭐야, 뜻이 있는 건가’ 생각했다가 다음날 다시 보고서야 깨달았다”(커****), “대한민국 정부 로고라고 말 안 하면 음식점 로고인 줄 알겠다”(br****), “직관성, 해석의 용이성, 심미성 무엇 하나 만족하는 것이 없어 홍보의 본래 목적을 상실한 것 같다”(sa****) 등의 의견이 나왔죠.

ㅎ의 디자인과 관련해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다수였는데요. 많은 이들은 “ㅎ의 윗부분을 잘라먹어서 놀랐는데 저건 ㅎ이 아니지 않나”(흑****), “한글에 저런 자음도 있나”(매****), “저건 히읗이 아니라 된이응(ㆆ) 아니냐”(프****),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니 빨리 교체해야 한다”(하****) 등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일부 “참신하고 외국인들이 보면 신기해할 것 같다”(오****), “무엇으로 읽히냐보다는 느낌을 중요시한 것 같다”(노****), “정사각형 배치라 각종 미디어 썸네일에 알맞고, 친근함을 강조한 것이라면 둥글둥글 귀여워서 잘 된 것 같다”(no****)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는데요.

손 전 의원은 “만약 이 로고를 고치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국민청원에 나서겠다”고 까지 밝혔습니다.

디자인, 브랜딩과 관련해 많이 쓰이는 말 중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는 이야기가 있죠. 국민의 의견이 갈리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모두가 좋아하는’, ‘쉽게 이해가 되는’ 디자인과는 거리가 있는 듯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새 유튜브 로고 디자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