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김다운이 드라마 포스터를 더 잘 볼 수 있는 비결을 공개했다.
김다운 포토그래퍼(이하 김 작가)는 올해만 해도 TV조선 ‘미스터트롯’부터 드라마 ‘출사표’ ‘화양연화’ ‘야식남녀’ ‘꼰대인턴’ ‘한 번 다녀왔습니다’ ‘굿캐스팅’ ‘가두리 횟집’ ‘아무도 모른다’ 등 다양한 작품의 포스터 및 스틸 촬영을 촬영했다. 벌써 10년 넘게 한류 관련 작업을 해오는 것은 물론, 개인 작업을 위한 구상과 준비도 꾸준히 하고 있다. 다양한 작품의 사진을 맡고 있음에도 매 작업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만큼 모든 사진이 김 작가에게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 중 더욱 뜻깊었던 작업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사실 김 작가의 사진은 국내 드라마를 사랑하는 시청자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하다. 김 작가는 “포스터 속 배우의 시선이나 표정에서 드라마를 한 번에 알 수 있다. 한 달여 전부터 여러 차례의 미팅과 분석을 거쳐서 완성되는 포스터를 조금 더 깊이 봐주시면 드라마도 더 재밌게 시청하실 수 있을 것”이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 작가가 신경을 쓴 부분을 시청자들이 알아챌 때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열혈사제’ 포스터에는 김남길이 총을 들고 있고 사제복에 피가 튄 포인트가 있었고, ‘아무도 모른다’ 단체 컷을 위해선 휘어진 십자가 모양의 길을 찾아 스토리를 암시했다.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주말이나 일일극 등 가족 드라마의 경우, 누가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통해 관계성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은 없다’의 경우 간판 밑, ‘녹두꽃’은 사발통문이라는 작품에 중요하게 쓰이는 요소가 포스터에도 드러나 그 의미를 더해줬다.
이와 관련해 김 작가는 “한 장에 모든 걸 담아야 해서 많은 부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각 캐릭터의 직업군을 보여주면서도 촌스러운 느낌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로맨스나 장르물을 구분하는 건 배우들의 표정이다. 주말극이나 일일극 속 주인공들이 예쁜 옷을 입고 웃는 포스터는 권선징악 해피엔딩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작을 하고 있는 만큼 여러 번 만나는 연예인 및 스태프와의 인연도 특별하다. 같은 사람과의 작업도 작품에 따라 촬영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김 작가는 “손정현 감독님과 ‘키스 먼저 할까요?’에 이어 ‘화양연화’에서 났는데 감성이 비슷한 것 같다. 드라마를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터트롯’ TOP 7과는 후반부 경연 현장 스틸부터 화보집 촬영까지 함게 진행한 만큼 “풋풋했던 모습부터 프로페셔널한 모습까지 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경연 때만 봐도 한 주 한 주 성장해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기억했다.
배우 중에는 지성 김선아와의 인연이 오래 이어지고 있다. 김 작가는 “지성 씨 드라마는 가능하다면 계속 찍어보고 싶다. ‘피고인’의 빛 한 줄기를 맞고 있는 포스터에서 말이 필요 없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포스터도 연기하듯 촬영하시는데 눈빛으로 어떤 느낌인지 다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아와의 작업에 대해선 “김선아 씨가 세 번째 만났을 때 손편지를 써주셔서 감동했다. ‘키스 먼저 할까요?’ 포스터는 제주도에서 추운 날 찍었는데 머리가 날린 채 찍은 컷에 순간적인 표정이 담겨 너무 좋았다”고 언급했다.
주로 드라마와 배우 프로필 작업을 하고 있지만 가수들과의 커머셜 촬영도 새로운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김 작가는 “배우 분들이 캐릭터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신다면 가수 분들은 조금 더 캐주얼하고 편한 느낌이 있다. 광고 촬영으로 만난 아이즈원, 한류 잡지 촬영으로 만난 JBJ95 분들은 5가지 표정을 주문하면 200가지를 보여주는 준비된 모델이라고 느꼈다. 김명수 씨는 인피니트 시절 만나고, 배우 활동을 하실 때 재회했는데 그 사이에도 캐릭터를 분석하는 점에 있어 성장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소개했다.
많은 작업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건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김 작가는 “오래 봐도 좋은 사진”을 탄생시키기 위해 옛날 사진집과 옛날 신문을 찾아보고, 무조건 예쁜 사진보다 캐릭터와 이미지에 맞는 자연스러운 사진을 선택하는 등의 노력도 하고 있다. 이 작업 또한 모델과 시청자를 위한 김 작가의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김 작가의 사진은 작품과 인물에게 든든한 힘을 주고 있다. 김 작가는 계속해서 다양한 작업을 통해 힘 있는 사진으로 많은 이들과 소통할 전망이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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