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와 표적] “중국군 상륙 막아라”… 美 하푼 미사일 더 사들이려는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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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와 표적] “중국군 상륙 막아라”… 美 하푼 미사일 더 사들이려는 대만

입력
2020.06.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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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사회에선 ‘힘의 논리’가 목소리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한국일보>는 격주 금요일 세계 각국이 보유한 무기를 깊이 있게 살펴보며 각국이 처한 안보적 위기와 대응책 등 안보 전략을 분석합니다. 

미국 보잉사(社)의 하푼 대함순항미사일이 미 해군 함선 위에서 발사되고 있다.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 캡처

미중 갈등 최전선에 놓인 대만이 최근 무서운 기세로 미국산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2기 취임에 맞춰 미국에게서 중어뢰 18발 판매 승인을 ‘취임 선물’로 받더니, 최근에는 해안방어용미사일(CDCM) 구매도 논의 중이다. 중국이 대만에 ‘무력통일’까지 거듭 시사한 상황에서 대만해협 방어에 적극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냉랭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듯 항공모함과 군용기를 대만해협에 투입해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역내 군사적 긴장은 극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관련한 중국의 일련의 움직임은 사실상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폐기로도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대만 입장에선 안보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실제 중국군의 동원ㆍ작전을 지휘하는 인민해방군 연합참모부 리줘청(李作成) 참모장은 최근 “중국은 (대만에) 무력 사용 포기를 약속한 적이 없다”면서 대만을 거듭 위협했다. 앞서 옌더파(嚴德發) 대만 국방장관도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 의사를 버린 적이 없다”면서 만반의 준비태세를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는 아직까지 가능성으로만 거론되는 중국의 대만 침공 임박설이 입길에 오르내리게 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만이 기댈 언덕은 사실상 미국뿐이다.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도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의 무장을 적극 도와야 할 필요성이 여느 때보다 커졌다. 작년 한 해 F-16V 전투기, M1A2 에이브람스 전차, 스팅어미사일 등 12조원 규모의 무기를 팔았고, 올해 5월 20일에는 차이 총통의 집권 2기 시작에 맞춰 중어뢰(MK48 Mod 6 AT) 판매를 승인했다. 이에 중국은 “난폭한 내정간섭”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 “中 상륙 막아라”... 하푼 해안방어용 미사일 도입

지난 2일 대만 남서부 가오슝에서 대만이 자체 제작한 4,000t급 순찰정 자이(嘉義)의 진수식이 열린 가운데, 행사에 참석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마스크를 쓴 채 박수를 치고 있다. 가오슝=EPA 연합뉴스

그러나 대만은 아랑곳 않고 유사시 중국군의 해안 상륙을 막을 해안방어용미사일까지 미국에서 들여올 참이다. 지난달 28일 대만 국방부는 미국 보잉사 하푼 대함미사일을 수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장저핑(張哲平) 국방부 차관은 “미국이 판매를 승인할 경우 오는 2023년까지 인도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에 따르면 하푼 미사일은 미국ㆍ한국 등 전 세계 32개국이 보유 중인 대표적인 대함순항미사일로 사거리 90~240㎞, 시속 1,040㎞의 아음속 미사일이다. 공중 발사형의 길이는 3.8m이고, 군함ㆍ잠수함 발사형은 부스터가 있어 4.6m다. 무게는 515~690㎏에 지름은 34㎝에 달하며 날개를 펼 경우 너비는 91.3㎝이다.

사실 대만은 자체 개발한 대함미사일 슝펑2호ㆍ슝펑3호를 이미 실전에 배치했고 성능 면에서도 하푼과 유사하거나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하푼 수입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장 차관은 “2025년까지의 미사일 생산능력을 검토한 결과 중국이 침공했을 때 해안에 당도한 적군의 절반을 완파할 만한 충분한 미사일을 배치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 ‘치고 빠지기’ 전략 적합한 이동식 트럭 발사대

한국 해군, 미 해군, 호주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해 5월 말 괌ㆍ사이판 인근 해역에서 다국적 해상 합동 훈련을 실시하는 가운데, 미 해군 구축함인 커티스 윌버함에서 하푼 대함순항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대만이 하푼을 구매하려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기동성’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대만군은 공대함미사일(AGM-84), 함대함미사일(RGM-84), 잠대함미사일(UGM-84) 등 하푼 3종을 이미 운용 중이다. 이번 대함미사일 도입은 사실상 대형전술트럭(HEMTT) 탑재가 가능한 모델까지 들여와 ‘하푼 4종’을 완비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대만 방위산업의 중추인 중산과학연구원(CSIST) 관계자는 “트럭 운반형 하푼 미사일은 슝펑2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동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넌지시 도입 이유를 내비친 셈이다.

기동성이 중요한 건 ‘치고 빠지기(shoot-and-scoot)’, 즉 사격 후 신속한 진지 변환 전술을 위해서다. 미사일 발사 후 재빨리 이동해 적의 응징을 막기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라자랏남 국제연구원의 군사학 전임연구원인 벤 호는 이미 지난해 4월 “중국의 압도적인 힘에 대항하기 위해 대만은 ‘비대칭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며 “이동식 해안방어용 미사일 포대가 답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비대칭 전략은 양측 간 군사력 격차가 현저할 때 열세국이 상대방의 우위 전력은 피하고 약점은 공격하는 방식을 말한다. 실제로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중국은 2위 러시아와 맞먹는 수준이지만, 대만은 26위에 불과하다(2020년 글로벌파이어파워). 애초에 중국과 일대일 전면전이 어려운 대만으로서는 일단 침공을 저지하면서 미국의 지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는 공식 단교했지만 미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을 근거로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도울 수 있는 안전판을 만들었다.

이처럼 양안 간 군사력 비대칭 상황에서 기동성이 뛰어난 ‘이동식 발사대’가 대만에게 유용할 수 있다는 게 벤 호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안보전문지 ‘아시안밀리터리리뷰’ 기고에서 “2006년 레바논전 당시에도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이동식 로켓발사대 위치 파악에 애를 먹었다”며 “대만도 이동식 발사대를 배치할 경우 중국 해군의 작전해역을 축소시켜 중국의 전쟁 전략을 상당히 복잡하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같은 하푼 미사일이라도 공중ㆍ군함ㆍ잠수함 발사형과 달리 지상 발사형 트럭 발사대가 갖는 장점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바로 은닉이 쉽다는 점이다. 사실상 위치가 공공연히 노출된 해ㆍ공군기지 특성상 군함과 전투기는 대응 준비도 전에 중국의 미사일 기습공격에 당할 수 있다. 반면 지상형 발사대는 겉보기에 화물 컨테이너처럼 위장할 수 있어 육안으로든 레이더ㆍ전자파 신호 면에서든 훨씬 더 은밀한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美 중어뢰, 대만 자체 개발 잠수함에서 사용될까

지난 2013년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오클라호마시티호(SSN 723)에서 MK48 중어뢰가 하역되고 있다. Seaforce.org 홈페이지 캡처

한편, 앞서 미국의 판매승인이 떨어진 MK48 중어뢰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지난 4월 자체 제작한 두 번째 075형 상륙강습함을 진수하며 군사력을 과시하자, 대만은 질세라 미국산 어뢰를 들여왔다. 외관상 ‘소형 항모’로 불리는 075형 상륙강습함은 배수량 3만톤급으로, 헬리콥터 20여대와 수직이착륙기, 수륙양용 탱크 등을 적재할 수 있다.

홍콩 아시아타임스는 1일 “대잠ㆍ수상전 어뢰로 개발된 MK48는 배수량 1만톤 이상의 대형 함정을 공격하도록 설계됐다”면서 “075형 상륙강습함에 특히 위협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MK48은 폭발 전 목표 선박의 용골 밑으로 잠수하는 특성이 있는데, 075형 상륙강습함의 설계ㆍ구조는 이러한 위협을 고려하지 않아 레이더 장착 등 보강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 중어뢰가 대만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방어형잠수함(IDS)에 장착될 수 있다는 전문가 관측이 이어지면서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현재 대만 해군이 보유 중인 잠수함은 4척뿐인데, 이마저도 취역한 지 반세기는 된 노후 모델이다. 그러나 중국의 압력에 신형 잠수함을 팔려는 나라가 없자 대만은 오는 2025년 진수를 목표로 배수량 3,000톤 수준의 재래식 잠수함을 자체 건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차이 총통은 잠수함을 “대만을 포위하려는 적국 군함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비대칭 전력의 핵심”으로 거론하며 개발 의지를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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