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출입명부 첫날, 대전 나이트클럽엔 파리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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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출입명부 첫날, 대전 나이트클럽엔 파리만 날렸다

입력
2020.06.0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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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밤 대전 중구 한 나이트클럽 입구 앞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 2명이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확인 장비를 갖추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최두선 기자

“포털사이트 아이디 있으시죠? 로그인해서 QR코드를 생성하시고, 그 다음에 스캐너에다 대세요. 그래야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유흥업소 등 집단감염위험시설에 대한 전자출입명부가 처음으로 시범 도입된 2일 밤 대전 중구의 한 나이트클럽 입구. 여느 때 같았으면 “물 좋다”며 호객영업을 하고 있었을 직원들이 손 소독제와 체온측정기로 무장하고 손님 하나 하나를 맞고 있었다. 그 옆에 펼쳐진 간이 탁자 위로 놓인 랩톱 PC, 태블릿 PC가 이곳이, 이날 만큼은, ‘범상치’ 않은 곳임을 예고했다.

나이트클럽 직원 두 명이 삼삼오오 찾은 손님들에게 큐알(QR)코드 전자출입명부 등록을 요구했다. 일행과 함께 찾은 30대 중반의 한 손님은 머뭇거리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뒤에 있던 일행 남성도 휴대폰을 꺼내는가 싶더니, 다시 주머니에 넣고는 발길을 획 돌렸다. “에이, 그냥 가자!” 휴대폰을 꺼내 들었던 손님들이 나이트클럽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이내 따라 발길을 돌렸다.

이 나이트클럽은 이날부터 1주일간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시범 적용된 시설. 이름과 전화번호를 허위로 적고 들어가는 손님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대전시가 QR코드 등록 시범 운영 대상에 포함시킨 업체다.

시스템은 손님이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 앱을 통해 발급된 1회용 QR코드를 제시하면, 방문 기록이 자동으로 사회보장정보원 서버에 기록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QR코드 사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신분증을 확인한 뒤 수기로 방문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 전화번호도 현장에서 종업원이 즉석에서 전화를 거는 등의 방식으로 ‘진위’를 확인한다. 이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통과한 손님은 30분간 손에 꼽을 정도. 나이트클럽 관계자는 “손님들이 전자출입명부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막상 출입명부 확인을 요청하면 안색부터 바뀐다”며 “이렇게 해서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시범 운영 첫날인 2일 밤, 시범 도입 시설인 대전 중구의 한 나이트 클럽 모습. 이날 오후 11시가 다 됐지만 손님은 몇 테이블 되지 않았고, 스테이지에선 5~6명의 여성이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최두선 기자.

실제 이날 대전 지역 나이트 클럽들을 보면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도 나이트클럽들의 영업권이 원활하게 보장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나이트클럽 앞에서 만난 한 남성 손님은 “불편한 것도 있고, 동선 등 개인정보가 새지는 않을지 걱정”이라며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강혁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전자출입명부는 코로나19 집단감염 방지를 위한 조치로서, 시설 업주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전자출입명부를 통해 저장된 개인정보는 역학조사가 필요할 경우에만 활용된다”고 강조했다.

업소 측은 전자출입명부로 가뜩이나 줄어든 손님이 더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이트클럽 지배인은 “오늘 밤 11시까지 온 손님이 고작 네 테이블밖에 안 된다”며 “평소의 10~20%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도 매출이 100만원도 안됐다”는 그는 “한 달에 1억원씩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길에 나앉을 판”이라고 토로했다.

오후 11시를 넘긴 시간. QR코드 등록 요청 족족 떠나는 손님들을 보고 있던 나이트클럽 입구의 직원은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툭하면 문을 닫아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는데 이젠 문을 열어도 업장에 이렇게 파리만 날리니 방값도 못 내는 직원들이 수두룩하다”며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유흥업소 직원들을 위한 지원책도 정부가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이트클럽을 찾은 손님들이 이후 찾는 주변 식당과 주점, 편의점도 썰렁하긴 마찬가지. 자정쯤 찾은 클럽 맞은편의 한 편의점 직원은 “평일인 점을 감안해도 손님이 너무 없다”고 했다. 그 옆으로 불을 밝히고 있는 실내포차 두 곳에는 손님이 한 두 팀에 불과했다. 근처 한 식당 주인은 “코로나19로 손님이 확 줄었는데 전자출입명부 때문에 나이트클럽 손님까지 줄어 우리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상인들의 사정도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QR 코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은 오는 8일까지 서울과 인천을 비롯해 대전지역 14개 시설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 뒤 10일부터 전국 고위험시설과 희망 시설에 확대 적용된다.

글ㆍ사진 대전=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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