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뮤지션 타이거JK가 신곡 ‘심의에 걸리는 사랑노래’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 신곡을 “타이거JK의 진정한 시작”이라 표현했다.
지난 26일 공개된 ‘심의에 걸리는 사랑노래’는 소울 장르의 감미로운 곡으로, 소속사 필굿잼스의 새 프로젝트 ‘필굿쨈스’의 첫 주자로 공개됐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답답한 심정을 솔직한 가사에 담았으며, 감정이 단절된 시대에 사랑이 필요한 모두를 주제로 한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흐름 속, 최근 본지와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타이거JK는 신곡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윤미래와의 경험을 토대로 나오게 된 노래”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두 달을 그냥 떨어져있어야 했던 때 나온 노래에요. 너무 보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예전에 미래에게 느꼈던 사랑에 빠지고, 데이트하던 때의 느낌이 다시 살아나더라고요. 그 때 당시에는 세상이 끝난 것 같았어요.(웃음) 그래서 ‘이 때다’하고 가사를 썼죠. 거리라는 물리적 상황 때문에 떨어져 있으니까 미치겠더라고요. 그 감정을 실제로 해결할 생각을 안 하고 곡으로 써 내려가면서 스스로가 너무 ‘찌질하다’고 느꼈어요. 그런 감정을 담아서 쓰다 보니 가장 솔직한 곡이 나온 것 같아요.”
해당 곡은 ‘Kiss Kiss Bang Bang’이라는 제목의 ‘Dirty’ 버전이 함께 공개되며 색다른 시도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클린 버전과 더티 버전으로 동시 발매된 이번 신곡은 한 곡을 두 가지 버전의 다른 제목으로 표현해 색다른 감상을 전했다. 더티 버전의 경우 가감없는 타이거JK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쌍두문자의 가사가 돋보인다.
“지금 상황에서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다보니까 답답한 마음이 거칠게 나올 때가 있더라고요. 그걸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심의를 하고, 단어를 순화시켜 바꾸다보니 곡이 밋밋해지고 재미가 없어졌죠. 그래서 처음 만들 때 느낌도 그대로 전해드리고, 그런 표현들이 불편하실 분들을 위해서 클린 버전도 함께 내자고 결정했어요. 앞으로 프로젝트를 할 때도 가사를 예쁘게만 쓰려 노력하진 않으려 해요. 그러면 창작하는 과정에 있어서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는 이번 신곡이 뮤지션 타이거JK로서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번 곡이 드렁큰타이거라는 이름을 지난 10집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나서 타이거JK가 선보이는 첫 번째 솔로곡이에요. 기존에 가져왔던 부담을 조금 덜어내고 ‘드렁큰타이거가 붐뱁이 아니라 R&B 감성의 말랑한 사랑노래를 한다?’ ‘표현이 너무 유치한가?’ 이런 생각들을 안하려 하면서 곡을 썼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곡이죠. 원래 소울 음악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었고요. 이런 목소리에 목말랐던 ‘타이거JK’의 음악 스타일을 좋아해주셨던 팬 분들에게 돌아가는 느낌이었죠. 다행히 최근 음악 시작 추세 역시 이런 소울풀한 음악을 선호하고 있어서, 제가 가장 나다운 걸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점이 반가웠어요.”
이어 타이거JK는 앞으로의 음악 작업 방향에 있어 이번 신곡 작업이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제가 가장이 되고, 아빠가 되면서 음악적으로도 많이 갇혀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곡이 앞으로 할 음악에 대한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자기자신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누군가를 해치자’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말에는 책임이 있겠죠. 쿨 해지고 싶어서 욕설을 넣고, 안 좋은 표현을 하는 건 반대지만 저에 대한 필터링과 관련한 압박을 버리면서 한층 솔직해지고 편해진 것 같아요. 그런 마인드가 생기면서 앞으로 나올 가사들도 더 흥미롭고 재미있어졌죠. 이제 시작인만큼 더 재미있어요. 하하.”
타이거JK는 이번 곡을 통해 리스너들이 힘든 시국 속 조금이나마 ‘속 시원해지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제이지가 ‘송 크라이(Song Cry)’라는 곡을 선보이면서 ‘내가 차마 눈물을 흘릴 수 없으니 노래로 눈물을 흘린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저도 제이지의 표현 방식을 조금 빌려와서 지금 제 음악이 가장 속 시원한, 아름다운 사랑노래가 됐으면 해요. 노래를 통해서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게 꼭 예쁜 말이 아니더라도, 음악 자체는 감미롭고 가사는 솔직한 노래인 것 같아요. 이 노래를 크게 부르시면 정말 속 시원해지실거에요. 대단한 메시지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속 시원한 메시지를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이제 타이거JK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앞으로 쉴 틈 없는 작업물을 공개하며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다음 음원 발표 계획을 전하며 들뜬 그의 모습에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음원 발매 계획이요? 이미 너무 많이 짜여져 있어요. (웃음) 지금 제게 주어진 게 시간뿐이다보니, 이미 많은 곡들을 준비해왔거든요. 예전엔 서른 곡을 만들어서 그 중에 제일 좋은 한 곡만 발표하곤 했다면, 지금은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제가 만들어놓은 걸 들려드리면 팬 분들도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이 있어요. 많이 달라졌죠. 당장 오늘이라도 SNS를 통해서 만들어 둔 곡들을 들려드리고 싶지만, 필굿쨈스를 통해 곡 발매를 앞두고 있는 비지와 비비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7~8월부터는 아마 새로운 곡들이 계속 나올 것 같아요. 예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타이거JK의 모습을 기대해 주시길 바라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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