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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연쇄 지진, 대규모 지진 전조로 보기 힘들다”

입력
2020.06.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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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 대지진 영향일 가능성은 낮아’ 중론

지난달 3일 오후 10시7분쯤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전남 해안군 서북서쪽 21km 지역. 기상청 제공
지난달 3일 오후 10시7분쯤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한 전남 해안군 서북서쪽 21km 지역. 기상청 제공

최근 전남 해남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지진은 대규모 지진의 전조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지진이 발생 깊이 등 일부 특성에서 기존과 다른 점을 보이나, 대체로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2일 기상청은 전날 열린 지진전문가 회의에서 전남 해남지역 연쇄 지진에 대한 정밀 분석결과를 공유하고 지진 원인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김성룡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이준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가 참석했다.

기상청의 관측결과 해남지역 지진은 지난 4월 26일을 시작으로 지난달 31일까지 총 75회 발생했으며, 지난달 9일 이후 잦아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지진은 대부분 규모 2 이하였으나 지난달 3일 규모 3.1의 지진도 한차례 발생했다.

당초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해남 지역에서 연쇄 지진이 발생한데다, 지진 발생 깊이가 국내 일반적인 지진 깊이(5~15㎞)보다 깊어 더 큰 지진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금까지 발생한 지진을 정밀 분석한 데 따르면 지진은 깊이 20㎞ 부근에서 동남동-서북서 방향으로 발생했고, 진앙은 약 500m 정도의 작은 범위에 집중 분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한반도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지진의 특성을 보인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진 발생 심도가 다소 깊지만 이는 △지각 두께 변화 △주변과 다른 온도조건 △구성물질 등 요인을 고려할 때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규모 2.0 이상 지진에 대한 단층운동을 따져봤을 때 동남동-서북서 또는 북북동-남남서 방향의 주향이동 단층운동으로 분석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대형 지진의 전조라 보는 건 성급한 판단이라는 데에도 동의했다. 지진 발생의 위치가 좁은 범위에 분포해 단층 자체가 크지 않고, 2013년 보령해역과 2019년 백령도 인근에서 유사 지진이 발생했으나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다. 한편 이번 지진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참석한 전문가들 대부분이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상청은 최근 경주ㆍ포항 등에서 발생한 지진과 과거 한반도 역사지진 발생 사례를 고려할 때 규모 5.0이상 지진이 국내 어느 지역에서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속한 지진정보 제공을 위한 관측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이번 지진은 우리가 그 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단층이 존재한다는 의미”라며 “조선시대에 해남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역사지진 기록이 있는 만큼 이번 단층의 특성을 잘 조사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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