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 코로나19 확산 주범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환경 개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싱가포르 의료진에게 사랑의 한식 도시락이 배달됐다.
2일 싱가포르 주재 한국 대사관은 이날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셍캉병원 의료진에게 한식 도시락 250개를 선물했다고 밝혔다. 5,000싱가포르달러(약 440만원)어치로 ‘한식(K-food) 온라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마련한 나눔이다. 싱가포르한인외식업협회는 도시락을 실비 수준으로 제공하고 무료로 배달했다.
이번 나눔은 싱가포르에서 의료진과 외국인 노동자에게 도시락 배달 사업을 하고 있는 자선단체 ‘마주라운동’과 협력했다. ‘전진하자’는 뜻의 마주라운동은 “싱가포르에 있는 150여개 외국 공관 중 이렇게 도시락 기부에 동참한 건 한국이 처음”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대사관은 14일까지 처음으로 한식 온라인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외식이 어려운 코로나19 시대에 가족과 함께 한식을 요리하고 먹으며 전염병을 이겨내자는 취지다. 한식을 먹거나 요리하는 1분 이내 영상을 찍어 ‘#KfoodSGunited(한식으로 싱가포르가 하나된다)’는 해시태그(검색용 키워드)와 함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리면 된다. 최근 개최한 한국가요(K-pop) 온라인 페스티벌에는 189개 영상이 응모돼 조회 수가 29만건에 이를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안영집 대사는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애쓰고 있는 의료진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싱가포르 국민의 한식 사랑에 보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며 “한국과 싱가포르는 굳게 연대해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이날부터 단계적으로 이동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통제 가능한 선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완화 조치 첫날인 이날 싱가포르의 코로나19 환자는 전날보다 544명 늘어난 3만5,836명으로, 90%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다.
비좁고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환경이 코로나19 확산 주범이라는 지적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말까지 6만여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를 새로 짓기로 했다. 화장실 등 공용 시설을 포함해 1인당 4.5㎡에 불과하던 주거 공간은 공용 시설을 제외하고 최소 6㎡로 커질 예정이다. 침대 15개당 1개꼴이던 욕실, 화장실, 싱크대는 침대 5대당 1개꼴로 개선된다.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는 “싱가포르를 움직이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