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흑인 사망’ 시위에 지대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폭동 양상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등 비난과 조롱 일색이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의 국가적 위기를 한껏 이용하며 체제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관영 CCTV는 이날 정오 방송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즈 플로이드가 우는 장면을 내보냈다. 필로니즈는 MSNBC와 인터뷰에서 고인의 말을 전하면서 눈물을 흘렸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때 대통령이 자신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CTV는 또 자사 소속 기자가 미네소타에서 시위대와 함께 뛰고 있는 장면, 시위대가 경찰의 폭력을 묘사하는 동영상 등 공권력의 강경 대응과 시위대의 저항 분위기를 집중 부각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도 미 시위 관련 뉴스로 도배됐다. 이날 정오 기준 가장 많이 본 화제의 20위에는 시위대가 백악관을 포위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하벙커에 대피했다는 보도 등 미국 시위 관련 뉴스 5개가 올랐다. 환구시보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피해 백악관 벙커로 피신했다’는 미 언론 보도를 발빠르게 전했다. 해당 기사는 웨이보에서 약 52만개의 ‘좋아요’를 받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을 입증했다.
트위터에서도 #벙커보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트럼프 대통령 뉴스가 화제의 아이템 2위에 오르는 등 20대 주요 화제 중 미국 시위가 단연 돋보였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트럼프를 닮은 인물이 ‘WHO’라고 적힌 산소탱크에 줄을 절단한 뒤 걸어가는 동안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말하는 모습의 풍자 만화를 게재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언론이 미국 시위를 집중 보도하는 것을 체제 우월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통신에 “중국 공산당이 코로나19 퇴치와 사회관리 측면에서 미국보다 더 잘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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