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시중은행에서 혼합형 주택담보대출(5년 고정 이후 변동)로 2억원을 받은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그는 현재 연 3%의 금리를 적용 받아 원금과 이자를 합쳐 매달 100만원가량을 내고 있다. 그런데 잇따른 금리인하로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2% 초반까지 내려온 상태. A씨는 “이제라도 더 낮은 금리로 ‘대출 갈아타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대출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A씨 같은 기존 대출자들은 더 낮은 금리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지, 신규 대출자들은 고정금리 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 지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대출자들의 접근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는 이미 최저 2.14%까지 내려온 상태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금리(최대 연 2.2%)와 비슷하다. 금융채 5년물(AAA등급)에 연동된 혼합형 금리 역시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새로 집을 사면서 신규 주택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라면 지금처럼 금리가 낮을 때 고정금리로 묶어 두는 편이 더 안전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그 동안의 대출 공식은 ‘대출금 사용 기간이 3년 안팎이면 변동, 10년 이상이면 고정’이었는데, 고정 기간을 좀 더 늘리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대출 최저금리는 변동금리보다 0.2~3%포인트 정도 낮다. 몇 년 후 금리가 오르더라도 안정적으로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기준금리가 떨어지는 만큼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는 데다 시장 금리는 이미 역대 최저 수준”라며 “여전히 변동금리에 비해 고정금리가 더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사람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기간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A씨처럼 금리가 연 3%대인 데다 혼합형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지났다면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만큼 갈아타기에 나설 만하다. A씨가 연 2.5% 주담대로 갈아탈 경우 한 달에 6, 7만원가량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
단, 기존 대출이 3년을 지나지 않았다면 상환 수수료가 이자절감 금액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은행들은 대출이 실행된 지 3년 안에 차주가 대출을 상환하거나 바꾸면 갚는 금액에 남은 대출 기간 등을 고려해 1%대 초ㆍ중반의 수수료를 매긴다. 1년 전 2억원을 주담대로 빌린 차주가 대출을 갈아탈 경우 내야 하는 비용만 중도상환 수수료에 인지세 등을 더해 200만원에 달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대출 환경이 크게 달라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환 대출 역시 신규 대출에 해당돼 현재 시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이 적용되는데, 과거에 주택 가격의 70%까지 대출 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40%밖에 받지 못한다. 주택 가격이 9원 이상이면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규모가 현재 부동산 정책 하에서 가능한 수준이라면 갈아탄 뒤 이자비용을 아끼는 게 낫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자를 몇 만원 아끼느니 기존 대출을 유지하는 쪽이 좋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