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짜리 물고기까지 꿀꺽… ‘무법자’수달을 어찌하오리까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수천만원짜리 물고기까지 꿀꺽… ‘무법자’수달을 어찌하오리까

입력
2020.06.01 10:02
0 0
싱가포르 수달들(오른쪽 사진)에게 자신이 기르던 수천만원짜리 관상어 '아로와나'를 잃은 배우 출신 사업가 자즈릴 로우씨. 페이스북 캡처

싱가포르의 귀염둥이로 사랑 받던 수달이 천덕꾸러기로 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동 제한 조치가 이뤄지면서 도심에서 사람들이 사라지자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던 수달들이 급기야 제 세상을 만난 듯 곳곳에서 무법자 행세를 하고 있다.

1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가 재택근무 등 이동 제한 조치를 강화한 4월부터 부쩍 자주 도심에 나타나기 시작한 수달들이 사유지를 침입해 잉어 등 물고기를 잡아먹는 등의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가장 큰 사건은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된 한 온천 시설의 연못에 침입한 수달들이 수천 만원에 달하는 관상어 아로와나를 잡아먹은 사건이다. 자즈릴 로우(54)라는 배우 출신 사업가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자신이 키우던 열세 살짜리 아로와나를 수달 무리가 먹어 치운 증거 사진을 올린 뒤 ‘홍수와 가뭄에서도 살아남았지만 (수달의) 학살을 피하지 못했다’고 썼다. 시클리드와 비단잉어 등도 수달들에게 잡아먹혔다.

싱가포르 수달들이 죽이기 전 자즈릴 로우씨가 키우던 아로와나의 모습. 페이스북 캡처

이 사건은 갈수록 대담해지는 수달의 행동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논쟁을 불렀다. “멧돼지처럼 수달도 도심 출입을 막아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아직은 “수달과 공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물고기의 가치는 인간이 매겼을 뿐 본능에 충실한 수달은 죄가 없다” “인간의 관리 소홀 탓이다” 등 수달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많다.

싱가포르에서 1970년대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수달은 싱가포르 정부의 10여년 환경 보호 노력 덕에 1989년 다시 나타났다. 현재 약 90여마리가 10마리씩 무리를 지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전엔 사람들 눈에 띄기만 해도 관심이 집중될 정도로 사랑 받는 존재였다. 2016년 휴양지인 센토사섬의 호텔을 급습해 몸값 합계가 7,000여만원에 달하는 관상어들을 먹어 치우는 등 말썽을 일으킨 적도 종종 있다.

싱가포르 수달.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싱가포르는 2일부터 단계적으로 이동 제한 조치를 완화할 예정이다. 도심에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면 수달들도 자연스럽게 예전처럼 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준 싱가포르의 코로나19 환자는 3만4,884명으로 90% 이상이 외국인 노동자다. 사망자는 23명을 기록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