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와 정의연 전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의원의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을 폭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를 겨냥한 혐오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피해자인 이 할머니에게 ‘진짜 위안부 맞느냐’는 식의 2차 가해도 확산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1일 소셜미디어(SN)나 포털사이트 뉴스 기사 댓글창엔 ‘치매로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식의 이 할머니를 비난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을 한 이후 이 할머니를 향한 인식 공격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노망(치매) 났다'는 식의 노인 비하부터 '대구스럽다', '대구가 대구했다' 등 지역 비하발언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 할머니에게 '진짜 위안부가 맞느냐', '왜 일본에서 내세우는 논리를 펼치느냐'는 등 2차 가해가 명백한 비난 글도 쇄도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인과 유명인이 이런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윤미향 의원이 당선될 때 소속 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지난 8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할머니가 주변에 계신 분에 의해 조금 기억이 왜곡된 것 같다"며 이 할머니의 발언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에서 윤 의원을 비판한 것을 두고 “(윤씨가 2012년 할머니의 국회의원 출마를 반대해) 할머니의 분노를 유발한 것이 동기가 됐다. 할머니의 분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못 하게 하고 네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송인 김어준씨가 이 할머니가 배포한 회견문과 실제 말투가 다르다는 점을 들어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의연도 이 할머니의 최초 문제제기 당시 “할머니가 고령으로 기억력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최근 이런 배후설이나 치매설에 대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는 치매도 바보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에서 확산하는 혐오성 발언과 음모론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구나 이 할머니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발언들은 지난 30년간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 방향을 돌아보자는 요구의 본질을 가린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공격은 명백한 2차 가해이자 인격살인이고 반인륜 범죄"라며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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