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졌던 K리그2(2부리그)가 올해 K리그1(1부리그) 못지 않은 흥행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강등당한 제주와 경남의 합류에 대전과 서울이랜드가 스타 감독 선임과 대대적인 선수보강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어느 팀이 승격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부천과 수원FC까지 약진하면서 판도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
5월동안 구단별 3경기씩 총 15경기를 소화한 K리그2에선 이번 시즌 득점 없이 비긴 경기가 단 1경기(24일 서울이랜드-경남전)뿐일 정도로 흥미롭게 전개됐다. 특히 대전, 수원, 부천 등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던 팀들이 시즌 초반 선두 경쟁을 벌이며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명장 대결에 극장승부, 여기에 곳곳에서 새로운 스타들까지 탄생하면서 흥행 요인을 다 갖췄단 평가도 나온다.
가장 먼저 명장 대결부터 눈에 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황선홍(대전), 설기현(경남)이 K리그2 무대에 섰고, 지난해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정정용 감독은 지난해 최하위 서울이랜드 사령탑을 맡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전은 3라운드까지 3승2무(승점11)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설기현의 경남, 정정용 감독의 서울이랜드도 1승3무1패를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스토리 있는 맞대결과 연이은 극장승부도 재미를 북돋는다. ‘연고이전 악연’을 지닌 부천과 제주의 맞대결엔 K리그1 슈퍼매치(수원-서울전) 수준의 취재진이 몰렸다. 제주는 하필 이날 후반 45분 결승골로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경남은 30일 대전전에서 한 명이 퇴장 당한 상태에서도 1-1로 비기던 후반 막판 득점에 성공하며 끈기를 보였다. 경기 종료직전엔 대전이 페널티 킥으로 골을 만들어내며 종료 5분 전부터 승부가 두 번이나 갈리는 명승부가 연출됐다.
K리그1에 갖다 놓아도 손색 없는 스타 플레이어의 발견도 소득이다. 개막전 이후 5경기 연속 골 터뜨리며 득점1위(6골)를 달리는 특급 용병 안드레 루이스(23), 나란히 6골로 수원FC 공격을 이끄는 재일교포 안병준(30)의 활약도 돋보인다. U-23 대표팀 주장 이상민(22)도 서울이랜드의 버팀목으로 자리잡았다. 지도자들조차 판세를 가늠하기 어렵다. 선두 부천의 송선호 감독은 “아직 초반이기에 목표를 밝히기 어렵다”며 쉽게 ‘승격’이란 목표를 꺼내지 못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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