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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만지며 “느낌 와?”… 성희롱 직장상사 추행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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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만지며 “느낌 와?”… 성희롱 직장상사 추행죄 맞다

입력
2020.05.31 11:12
수정
2020.05.31 19:3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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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ㆍ2심 뒤집고 유죄 판단

직장상사가 신입사원에게 성행위를 암시하는 손동작을 보여주거나 머리카락을 만져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40)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서울의 한 회사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고씨는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바로 옆 자리에서 일하게 된 A씨에게 컴퓨터로 음란물을 보여주거나 성적인 농담을 일삼았다. 고씨는 2016년 10월부터 11월까지 A씨에게 성행위를 암시하는 손동작을 하고,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며 손으로 A씨의 머리카락을 비비거나 뒤쪽에서 손가락으로 A씨의 어깨를 두드리고 A씨가 돌아보면 성적 표현을 담은 행동으로 A씨를 희롱했다.

고씨는 또 A씨가 거부감을 드러내자 자신의 일을 떠넘기고 회사일과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 일처리에 애를 먹게 하는 등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결국 회사를 퇴사했다.

고씨는 그러나 재판에서 회사의 직원이 10명 남짓으로 성적 농담이나 신체 접촉이 많은 분위기라는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1, 2심도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추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결국 우울증 치료를 받고 퇴사한 점 등을 언급하면서 “계속된 성희롱적 언동을 평소 수치스럽게 생각해 오던 A씨에게 고씨가 머리카락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20대 미혼 여성인 A씨의 성적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추행죄에서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추행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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