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수명 연장 문제를 둘러싸고 2,100여명의 국민들이 “수명 연장을 허가하지 말라”며 제기한 소송이 법원에서 각하됐다. 이미 월성 1호기 가동이 중지돼, 정부의 수명 연장 결정의 적정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뜻에서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 고의영)는 29일 월성 1호기 인근 주민 강모씨 등 2,167명이 원자력 안전ㆍ규제 정책을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소송절차를 종료하는 것이다.
이번에 2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월성 1호기가 영구정지돼 이 사건 소를 유지할 법률상 이득이 소멸됐다”며 각하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앞으로 월성 1호기가 재가동될 가능성도 거의 없어, 이미 이전에 결정된 수명 연장 허가를 논의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68만㎾급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 1호기는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30년만인 2012년 11월 설계수명이 만료됐다. 이후 수명연장 찬반논란 속에서 원안위는 2015년 2월 한국수력원자력의 10년간 수명연장 신청을 승인했다. 그러자 인근 주민들은 “수명 연장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2017년 2월 1심은 △수명 연장과정에서 원자력안전법령에 따른 계속 운전을 위한 운영변경허가사항 전반에 대한 변경내용 비교표가 제출되지 않은 점 △운영변경 허가사항을 원안위 소속 과장 전결로 처리하는 등 위원회의 적법한 심의 의결이 이뤄지지 않은 점 △관련법상 규정된 최신 기술기준을 평가 당시 적용하지 않은 점 등을 위법 사유로 밝히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 결론은 계속 지연됐고, 그 사이 원안위는 지난해 12월 월성 1호기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위법성을 둘러싼 갈등은 법원의 각하로 무마됐으나, 또 다른 갈등의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 국회는 지난해 9월 감사원에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는지 감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감사원은 법적 시한(12월 말)을 넘기면서까지 결과를 내놓지 않으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경제성 평가가 왜곡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온다면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찬반 논란은 재점화할 수 있다.
월성 1호기가 친원전과 반원전 갈등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는 동안 누구보다 객관적이어야 할 법원과 감사원이 뚜렷한 이유 없이 판단을 계속 미루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자력 분야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 받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1982년 11월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운영허가가 끝났다가 수명연장 승인을 받아 2015년 6월 발전을 재개했으나, 한수원이 조기 폐쇄를 결정해 2018년 6월 정지됐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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