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임기 종료되며 배지 떼는 의원들
“대권 도전” “인생 2막을” 각양각색 메시지
20대 국회의 ‘임기 종료일’인 29일. 다음날 문을 여는 21대 국회에 입성할 초선 의원은 151명. 즉 배지를 떼는 현역의원의 수도 전체 의석 수의 절반을 넘었다는 의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년의 임기를 마치고 국회를 뒤로 하는 이들은 과연 어떤 말을 남겼을까. 이날로 정치인으로서 삶은 내려놓지만 ‘자연인’으로서 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는 의원들이 남긴 ‘고별사’를 들어봤다.
◇“반드시 이긴다” 대권 의지 밝힌 잠룡들
이번 국회 종료와 함께 의원직을 내려놓는 여야의 대선 예비 주자들은 벌써부터 ‘대권 레이스’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국회를 떠나서도 앞으로 펼칠 큰 꿈을 향해 지금부터 신발 끈을 동여매겠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낙선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후원회원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를 통해 “비록 이번 총선에서 실패하고 물러서지만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의 정치를 향한 저의 발걸음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 기간 이미 지역구(대구 수성갑) 주민에게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김 의원은 “쉼 없이 흘러 결국은 바다에 가 닿는 강물처럼 더 넓은 바다에서 밝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다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이 8월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럴 경우 현재 여야 통틀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한 판 대결을 펼치게 된다.
미래통합당의 유승민 의원은 자신의 팬클럽 ‘유심초’ 카페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내년 대선 후보 경선과 1년 10개월 후 있을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제 마지막 남은 정치 도전”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반드시 보수 쪽 단일 후보가 돼 민주당 후보를 이기겠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도 “2022 대선은 개혁보수가 수구진보를 이기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대선 출마 의지를 강조했다.
4ㆍ15 총선에 불출마하고 ‘킹메이커’ 역할을 공언한 같은 당 김무성 의원은 28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다시 한 번 “현재로서는 대선 도전 의지를 내려놨다”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은 “1차로 제가 좋은 (대선) 후보를 찾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자신이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진 않은 셈이다.
◇정치 떠나 ‘인생 2막’ 예고도
아예 정계를 떠나는 이들도 있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지역 주민에게 문자메시지로 “20대 국회가 종료되면 30년간의 정치활동을 마무리한다”며 “이제 정치를 떠나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간다”고 전했다. 부천 시장으로 2번, 의원으로 5번의 공직 생활을 마친 원 의원은 앞으로 존엄한 죽음 ‘웰다잉’ 전도사로서 새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에서 낙선 후 정치평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이날도 빼곡히 찬 자신의 방송 스케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리며 “오늘로 12년 목포 국회의원 임기와 4선 16년 임기를 마친다”고 썼다. 박 의원은 “2008년 1월 김대중ㆍ이희호 두 분께서 목포역에 도착하시던 모습, 목포역전 등지에서 유세를 하시던 이희호 여사님(이 생각난다)”라며 “자꾸만 목포 방향을 바라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공인회계사 출신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이만 퇴근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정책 제안집을 발간하며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출마, 회계 개혁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제전문가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일상으로 돌아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제3의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자 한다”며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알려달라”고 했다. 자신의 전문분야인 경제에서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취지다.
◇지역서 ‘와신상담’ 꿈꾸는 의원들
낙선에도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재도전’을 꿈꾸는 의원들도 있다. 실제 대부분의 낙선자들은 2024년 22대 총선을 준비, 와신상담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태 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이 되고 안 되고는 하늘에 달렸다(謀事在人 成事在天)고 한다”는 문장을 남겼다. 김 의원은 “이제 여러분 곁에 돌아가 평범한 시민으로서 함께하겠다”며 지역구인 춘천에 비영리 사단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김 의원은 “자유 우파 시민단체가 적은 것 같아 이를 포괄하는 정치 활동을 하고 싶은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 역시 지역 주민들에게 “공인(公人) 이종걸은 만안을 떠나지만 사인(私人) 이종걸은 만안에 남는다”며 “만안사람 이종걸로 만나 뵙겠다. 제게 29일 임기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전했다.
전북 군산의 김관영 무소속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면서 지켜왔었던 것처럼 주말에는 늘 군산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주중엔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가지만 주말엔 고향을 찾아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계속 듣겠다는 약속이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의석 수(6석)를 갖게 된 정의당 의원들은 당분간 당의 재정비 작업에 몰두할 예정이다. 이정미 의원과 여영국 의원은 각각 “더욱 정진하겠다”와 “더 가까이서 함께하겠다”라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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