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의사 5인방의 일상을 통해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안겨주며 ‘힐링 드라마’로 불렸던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전국 시청률 14.1%(닐슨코리아 집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3월 12일 첫 방송이 6.3%를 기록한 이후 최고 기록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다시 손을 잡고 만든 이 드라마는 주1회 방송, 시즌제 형식을 도입하는 실험을 시도했는데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29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8일 방송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12회 최종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전국 가구 평균 14.1%, 최고 16.3%를 기록했다.
◇익준, 송화에게 고백하며 삼각관계 불붙다
시즌1을 마무리하는 12회에서는 인생의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맞이한 익준(조정석), 정원(유연석), 준완(정경호), 석형(김대명), 송화(전미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예고한 대로 속초 분원으로 내려간 송화에게 익준은 마음을 고백한다. 정원은 신부가 되려던 꿈을 접고 병원에 남기로 한다. 또 겨울(신현빈)의 고백으로 정원과 겨울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새로운 관계의 시작을 알렸다.
영국으로 떠난 익순(곽선영)과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준완은 고민 끝에 국제우편으로 반지를 보내지만 익순에게 보낸 택배가 반송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 한다. 석형은 회사를 이어받아 경영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거절하고 의사로 남기로 한다. 또 민하(안은진)의 식사 제안을 거절한 석형에게 전처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날 방송된 최종회는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송화를 사이에 두고 익준과 치홍(김준한)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고, 정원과 겨울은 연인 관계를 시작했다. 석형과 준완의 이성 관계도 새로운 국면에 돌입할 것임을 암시했다.
◇‘느릿느릿한 힐링드라마’ 신원호 PD의 시즌제 실험, 통했다
의학드라마지만 자극적인 사건을 그리기보다 잔잔한 일상을 그린 ‘슬의생’은 천천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인기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첫 방송이 시청률 6.3%를 기록한 이래 단 한 차례 소폭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매회 시청률이 상승했다. 최고 시청률 기준으로 보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tvN에서 함께 만든 작품 중 ‘응답하라 1988’에 이어 2번째로 높았다.
‘슬의생’은 ‘신원호ㆍ이우정 표’ 드라마의 계보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았다. 인물 구성부터 이례적이다. 이들의 강점인 앙상블 캐스팅을 확장해 무려 40명에 가까운 인물들을 촘촘하게 엮었다. 등장인물이 많은데도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은 건 캐릭터 각각에 개성을 부여하면서 각 캐릭터만의 스토리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극을 이끌고 가는 커다란 사건을 따로 두지 않고 소소한 짧게 끊어지는 병원 내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실험이었다. 이 같은 방식은 시트콤에서 가능한 것으로 대다수의 드라마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작법이다. “웃기고, 재미있고, 슬픈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해서 그 이야기가 가진 진정성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신원호 PD의 의도가 적중한 것이다.
사실상 플롯 전개와 별 상관이 없는 밴드 시퀀스의 삽입도 새로웠다. 1980, 1990년대 음악을 드라마 정서에 맞게 잘 사용하기로 유명한 신원호 PD는 아예 주인공들이 직접 밴드를 결성해 노래하는 방식으로 과거의 히트곡을 재활용했다.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배워 연주하도록 한 장면들은 공연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안겼다. 신 PD는 단순히 음악을 소모하지 않고 극 중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써 몰입을 높였다. 그 덕에 조정석이 부른 쿨의 ‘아로하’, 전미도가 부른 신효범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잇달아 음원 차트 1위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애초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주1회 방송을 내보낸다는 전략도 통했다. 주2회 방송이 일반적인 국내 드라마 시장에선 낯선 시도였다. 신원호 PD는 지난 3월 이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치솟는 제작비, 바뀌어가는 근로환경을 고려했을 때 주2회 드라마가 계속 제작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그래서 주1회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며 “반드시 이 드라마가 잘 돼서, 이 방송계에 새로운 모델로 제시되고 그래서 제작환경과 시청형태가 바뀌면 어떨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으로 기획했다”고 이야기했다. 애초에 시즌제를 고려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구성한 뒤 각 캐릭터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조금씩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전략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시즌2’는 올 연말 촬영을 시작해 내년 초 방송될 예정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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