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실패가 초래한 비극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작고 한적한 시골 마을 ‘사트라 브룬’. 18세기 지하 수맥을 중심으로 조성된 이 마을에는 지어진 지 300년이 넘은 건축물 70여채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가치를 지닌 이 마을이 최근 단돈 7,000만 크로나(90억원)에 통째로 매물로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웨덴 베스트만란드주 살라의 사트라 브룬 마을의 총 7만5,900평(약 25만1,000㎡)의 부지와 건물 70채가 현지 부동산에 매물로 올라왔다. 지난 2002년부터 “역사를 보존하자”는 15명의 지역 주민들이 보유해온 이 마을은 그간 온천이나, 콘서트ㆍ지역축제 등을 유치하는 관광지로 활용돼왔다. 맷 위크만 소유자 대표는 NYT에 “우리 모두 나이가 들면서 이 마을을 제대로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매각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이미 쇠퇴할 대로 쇠퇴한 이 마을의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베스트만란드주 살라 지역은 중세 시대부터 스웨덴 최대의 은 생산지였지만 생산이 중단되면서 점차 쇠퇴했다. 오래된 폐광을 호텔로 리모델링하는 등 관광 명소로 개발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사트라 브룬 또한 18, 19세기 스웨덴 고유의 건축 양식과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유적지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버텨왔지만, 신종 코로나의 칼날을 피할 수는 없었다. 방문객 숫자가 급감하면서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
NYT에 따르면 스웨덴 현지에서도 마을 전체를 한꺼번에 매각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마을에는 19세기에 지어진 교회와 콘퍼런스센터, 레스토랑, 실내 수영장, 사우나 및 체육관 등 상업 시설뿐 아니라 매년 200만병의 고급 생수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라인까지도 포함돼 있다.
스웨덴이 고수한 ‘집단면역’ 방식이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스웨덴은 지난 26일 기준 3만4,440명의 확진자를 기록했고, 4,125명이 사망해 북유럽 지역에서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 피해를 입었다. 봉쇄정책으로 감염 확산을 최소화한 이웃 국가들과 달리, 집단면역을 고집한 탓에 경제적 피해 또한 상당했다는 평가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