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협치의 쉬운 길은 자주 만나는 것” 브리핑으로 재구성한 청와대 회동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전문] “협치의 쉬운 길은 자주 만나는 것” 브리핑으로 재구성한 청와대 회동

입력
2020.05.29 01:00
0 0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ㆍ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다.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것이 좋은 첫 단추”라며 협치와 통합을 강조했다. 다음은 청와대ㆍ민주당ㆍ통합당의 회동 브리핑을 토대로 재구성한 발언록.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 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는 데 주로 집중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김태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한 뒤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협치와 통합

▲문 대통령=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모두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분이다. 주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국방위원회 동기였는데 합리적 면모를 많이 봤다.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다.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게 좋은 첫 단추다. 과거에는 뭔가 일이 안 풀릴 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만나려다 보니,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현안이 있으면 현안을 이야기하고, 현안이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

20대 국회도 협치와 통합을 표방했으나 실제론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다. 과거 ‘민주화 대 독재 대결’ 구도는 끝난 지 오래다. 그런데 적대감을 갖고 있고, 상대가 타도 대상이다. 이걸 벗어나자면 이제 한 페이지씩 넘어가야 한다.

▲주 원내대표= 국민통합과 관련해서 문대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 통합을 말했다. 대통령의 '통'자도 통합할 '통'자인데 진정으로 국민 통합에 나서줬으면 좋겠다. 적폐 청산과 관련해서는 상대편에게 가혹하게 하고 내편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정의 관념과 안 맞는 일이다. 우려스럽다.

상생과 협치는 저희도 할 준비가 돼 있다. 야당을 진정한 국정 동반자로 생각하시면 적극 돕겠다. 제가 (이명박 정부의) 특임장관 시절 정부 제출 법안을 관리하니, 전년보다 (국회) 통과율이 무려 4배가 늘었다. 상당히 효율적인 거 아닌가. 상생협치를 진짜 하려면 정무장관실 부활을 검토해보면 좋겠다. 특임장관실 마지막 해 예산이 100억원이었는데 사실 인건비가 60억원이 넘고 사업비는 많지 않았다.

‘좋은 판결이라도 나쁜 화해보다 나쁘다’는 얘기가 있듯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생 협치를 하면 정책 완성도와 집행력이 높아지고 갈등은 줄어든다. 상생 협치 할 준비가 되면 저희도 적극 협조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김태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 대통령 = 공수처의 올해 7월 출범에 차질이 없었으면 좋겠다. 공수처가 검찰 견제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원래 뜻은 대통령 주변 측근의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취지다. 특별감찰관제도는 공수처가 합의되지 않아서 만든 것이다. 특별감찰관과 공수처의 기능이 중복될 우려가 있는데 같이 둘지, 특별감찰관제도를 없앨지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 특별감찰관의 임명도 양당이 협의해 달라.

▲주 원내대표 = 많은 국민과 통합당은 공수처를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야당이 추천하는 공수처장 추천위원 2명을 둔 것은 민주당이 야당에 임명 비토권을 준 것이다. 그 2명이 반대하면 임명이 안 된다는 것을 꼭 지켜달라. 특별감찰관도 3년째 비어 있다. 민주당은 공수처를 만들면 필요 없다면서 임명을 지연했는데 특별감찰관과 공수처의 역할과 기능이 달라 조속히 채워지는 게 맞다. 청와대와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특별감찰관이 들여다 보는게 훨씬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

◇ 3차 코로나 추경과 재정건전성

▲ 문 대통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경제가 어려워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 코로나 위기 극복 이후에는 미래를 향한 경쟁이 될 것이다. 누가 더 협치와 통합을 위해 열려 있는 지 국민이 합리적으로 보실 것이다. 세계적으로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는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국회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과 고용 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국회가 추경을 주어진 회기안에 충실하게 심사하는 게 아니라, 정치 현안으로 시간을 보내고, 회기 마치기 직전에야 부랴부랴 예결위를 열어 대부분 마지막날 밤 12시에 통과시키는 이런 모습 아니었는가. 추경에 대해 충분한 답변을 요구한다면 정부도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어쨌든 (추경 통과) 결정은 신속히 내려 달라.

▲ 주 원내대표= 한 해에 추경을 세번 하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지와 설명이 필요하다. 재원 대책이 뭔지 국민들이 소상히 알 필요가 있다. 전체적 그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그러나 다시 성장이 회복돼야 세수가 늘고,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재정건전성에 도움이 된다. 2/4분기를 지나 3/4분기 정도에는 경제 그래프가 빠르게 U자로 가는 것인데, U자형이 아니더라도 아래가 좁은 V자에 가깝기를 바란다.

▲주 원내대표 = (문 대통령께서도) 국가부채 비율이 40%를 넘어서면 어렵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3차 추경을 하면 국가부채가 45%를 넘어선다. 그게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주고, 오히려 더 큰 비용이 지출되는 문제가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본 방법은 기업이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리는 것인데 그러려면 각종 규제와 반기업 정서가 없어져야 한다. 고용 유연성이 유지돼야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이 가능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문 대통령 =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선 스마트 시티 등으로 인건비 격차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끊겨 안전하고 혁신적 투자처를 찾는 것도 리쇼어링이 일고 있는 원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김태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고용보험

▲문 대통령 = 예술인 대상 개정안만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아쉽지만, 전국민 고용보험의 중요한 토대라고 생각한다. 특수고용직 고용보험은 내년에는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진짜 어려운 건 자영업자인데, 소득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예술인에 대한 시행 시점을 1년 뒤로 늦췄는데, 6개월 뒤로 당겨 달라.

▲주 원내대표 = 정부에서 준비에 1년이 걸린다고 했다. 우리가 일부러 늦추려 한 것이 아닌데 언론엔 우리가 늦춘 것처럼 돼서 불편하다. 특수고용직은 사용자 부담 0.8% 규정과 관련해 어떻게 부담하게 할지에 대한 정부 입장이 확인이 안된 상태라고 한다. 재원대책의 문제다. 고용보험 대상 확대가 바람직하지만 재원대책을 세워야 하고, 고용보험이 확대되면 상관관계에 있는 고용 유연성도 반드시 확대돼야 한다.

◇원전 정책

▲주 원내대표 = 탈원전 정책으로 2080년까지 서서히 원전 비율을 줄인다고 하셨다. 7,000억원이 들어간 신한울 3, 4호기 공사를 안 해서 원전 생태계가 깨지면 원전의 외국 수출에 지장이 생긴다. 가동되고 있는 기성 원전의 안전, 부품 수급에도 지장이 많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는 계약 회사의 어려움과 지역경제, 에너지 전환정책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 = 할 수 있는 말씀이다. 그러나 유럽의 다른 나라처럼 칼 같은 탈원전이 아니다. 설계 수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계획 단계에서 보상하고 안 하는 것으로 합의하는, 이미 공론화가 끝난 상황이다. 70년이 걸리는 과정이다. 설비를 봐도 과잉상태다. 에너지 공급이 끄떡 없어 전력예비율이 30%를 넘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의 원전비중이 13%로 알고 있는데,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외교ㆍ북핵

▲문 대통령 = 우리의 재래식 군사력은 북한에 월등하다. 우리는 핵개발을 할 수 없게끔 돼 있다. 그래서 북미간 대화를 노력하는 거다. 북미간 대화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해, 남북간 평양공동선언 등이 있었다. 국회가 (4ㆍ27판문점선언 등) 비준동의를 해준다면 큰 힘이 된다. 10ㆍ4, 9ㆍ19 선언 등은 열린 마음으로 봐 달라. 정권이 어떻게 바뀌어도 계속되어야 한다.

▲주 원내대표 = 북한의 개방과 대화, 교류를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북핵과 미사일이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안전이 확실히 보장된다는 안심을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께서 국민에 드리는 게 먼저다. 그 점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고 야당도 걱정한다.

▲문 대통령 = 외교 전략이나 국가 전략은 대외적으로 보안이 필요하다.

▲주 원내대표 = 미중 대립과 관련해 우리 외교의 위치 설정이 대단히 중요하다. 국민 동의 아래 가는 것이, 전문가 검토 하에 가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일본군 위안부 문제

▲주 원내대표 = 헌재에서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 대한 국가의 부작위(마땅히 할 일을 하지 않음)는 위헌이란 결정이 있었다. 이 정권이 합의를 무력화하며 3년째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위헌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 과정 중에 보상과 관련한 할머니들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윤미향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사건 같은 것이 나왔다.

▲문 대통령 = (2015년 12월28일) 위안부 합의가 있었다. 문제 해결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해결이 되지 않았다. 운동을 주도한 할머니와 단체는 (위로금을) 돌려주고, 일부 피해자 할머니는 수용을 하기도 했다. 만약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과 사전에 (합의 내용을) 공유했으면 받아들였을 수도 있는데, 일방적이었다. 일본도 합의문상에는 총리가 사과의 뜻을 밝히고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했는데, 돌아서니 (총리의) 설명이 전혀 없었다. 위로금 지급식으로 정부 스스로 합의 취지를 퇴색케 한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다.

◇ 코로나19ㆍ이천화재 대응 등

▲주 원내대표 =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고 제대로 된 등록금 혜택을 받지 못하니 대학 등록금 감면이나 지원이 필요하다. 개별 대학 차원에서 해결된 곳도 있지만 정부가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상황이 되면 부담스럽다. 경기 이천 화재 참사로부터 한 달이 지났고, 희생자 3분을 제외하면 장례를 못 치렀다. 정부가 관심을 가져 달라. 그리고 의로운 일을 한 사람이 그 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전적으로 자신이 감당하는 것은 맞지 않다. 세월호 참사 때 민간 잠수사에 관해서도 저희가 20대 국회 마지막에 보상을 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거점 병원이라든지 공동체를 위해 노력한 분들에게 피해가 없게 해 달라.

정리=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