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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만난 문 대통령 “제때 법안 처리되면 업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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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만난 문 대통령 “제때 법안 처리되면 업어드리겠다”

입력
2020.05.28 18:35
수정
2020.05.28 21: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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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77석 슈퍼 여당의 ‘세 과시’나, 제1야당의 ‘몽니’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ㆍ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28일 첫 만남 얘기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오찬간담회는 예정된 70분을 훌쩍 넘긴 157분간 이어졌다.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는 오찬을 함께 한 뒤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산책 도중 김 원내대표가 “(대통령께서) 우리를 위해 시간을 많이 비워 놓으셨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웃으며 걸음을 멈췄다. 이어 두 원내대표를 바라보며 “국회가 제때 열리고 제때 법안을 처리해 주시면 업어 드리겠다”고 했다. ‘여야 협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세번째),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네번째)가 2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위해 강기정 정무수석과 함께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석 대변인, 김광진 정무비서관, 김 원내대표, 주 원내대표, 강기정 정무수석.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세번째),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네번째)가 28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위해 강기정 정무수석과 함께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석 대변인, 김광진 정무비서관, 김 원내대표, 주 원내대표, 강기정 정무수석. 연합뉴스

이날 오찬은 주로 두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문 대통령이 필요할 때마다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주 원내대표는 경제부터 외교, 북한, 인사 문제까지 국정 현안에 두루 의견을 개진했고 문 대통령과 김 원내대표는 경청하며 제1야당대표를 예우하는 모습을 취했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의제도 미리 정하지 않았고 합의문을 만들기 위한 압박도 없이 하고 싶은 말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도 기자들에게 “‘상생 협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야당을 진정한 국정 동반자로 생각하면 국정운영을 적극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한 뒤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한 뒤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찬은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에서 두 원내대표를 반갑게 맞았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건 2018년 11월 5일 첫 여야정 상설협의체 출범 이후 1년 6개월(566일)만이다.

주 원내대표는 “날씨가 좋습니다”라고 인사했고, 문 대통령은 “반짝반짝하네요”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주 원내대표가 바른정당 원내대표 및 대표권한대행 시절 청와대를 찾은 인연, 국회 국방위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 등을 언급했다. 주 원내대표는 “건강은 괜찮으시냐”고 안부를 물었다.

주 원내대표의 ‘뼈 있는’ 말들도 나왔다. 김 원내대표가 “날씨처럼 대화도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주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간다는 얘기만 안 하시면…”라고 응수해 현장에서 웃음이 터졌다. 전날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주장을 지적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외교 안보 이슈는 물론 탈원전 정책, 위안부 문제해결, 대학생등록금 등 여러 국정 현안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복기해 야당 대표로 할말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국민 통합 문제로 에둘러 촉구했다.

이날 오찬에선 언론 공개를 위한 모두발언이 생략됐다. 역대 청와대 회동에서 야당 대표들은 모두 발언에서 ‘작심 발언’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곤 했다. 주 원내대표가 불필요한 신경전을 과감히 생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찬 참석자도 최소화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에서는 배석자가 없었고, 청와대에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만 참석했다. 참석자 모두 노타이 차림이었다. 오찬 메인 메뉴로는 화합을 상징하는 계절 채소비빔밥이 나왔다. 해송잣죽, 능이버섯잡채와 어만두, 한우양념갈비와 더운채소, 민어맑은탕 등도 준비됐다. 청와대는 여름 보양식인 민어, 화합의 상징인 비빔밥을 준비하고 독실한 불교신자인 주 원내대표를 배려해 육류 반찬을 최소화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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