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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브렉시트가 재점화한 300년 묵은 英-스페인 지브롤터 영토분쟁

입력
2020.06.13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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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롤터
지브롤터

유럽 이베리아반도 남단에서 지브롤터해협을 향해 뻗은 작은 반도가 있다. 외교ㆍ국방 외엔 고도의 자치권을 행사하는 인구 3만명의 영국령 지브롤터다. 여의도 면적의 80% 크기인 이 작은 영토는 전 세계에 산재한 14개 영국령 중 유일하게 유럽대륙 내에 있으면서 유럽연합(EU)의 일부로도 편입돼 있다. 지중해와 대서양 사이의 관문 역할을 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이 곳은 지금도 영국과 스페인 간 치열한 영토분쟁의 무대다.

당초 이 곳은 스페인 땅이었다. 1701년부터 13년간 진행된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에서 프랑스ㆍ스페인에 맞서 싸운 영국ㆍ네덜란드 연합군은 1704년 8월 4일 조지 루크 제독의 지휘 아래 지브롤터를 점령했고, 영국은 1713년 위트레히트조약을 통해 지브롤터를 할양받았다. 이후 지브롤터는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300여년간 영국의 식민지이자 영국 해군의 핵심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

스페인은 줄곧 지브롤터의 반환을 주장해왔다. 조약이 영구 할양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자국 앞 바다를 영국이 가로막는 형국인데다 자국 부자들이 세율이 낮은 지브롤터를 조세피난처로 이용하는 것도 스페인 정부 입장에선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스페인은 1969년 지브롤터와의 경계선을 폐쇄하고 항공기 영공 통과를 불허한 바 있다. 2013년에는 해상분계선 인근에서 제트스키를 타던 민간인을 향해 해양경찰이 고무총탄을 발사하는 등 현재까지도 스페인은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며 지브롤터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은 주민 대다수가 스페인으로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음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1967년에 진행된 주민투표에서는 99%가 영국령으로 잔류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에 실시된 주민투표에서도 같은 응답의 비율이 98%에 달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스페인의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불안정성을 이유로 영국령으로 남는 것을 택한 것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갈등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재점화하고 있다. 스페인은 2016년 영국 국민투표가 브렉시트 찬성으로 결론나자 지브롤터에 대한 공동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브롤터 주민 95%가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자 ‘EU 잔류’를 당근으로 내민 것이다. 이듬해 EU가 지브롤터의 브렉시트 포함 여부는 영국ㆍ스페인 간 협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후엔 아예 지브롤터 인근에서 무력시위까지 벌였다.

이에 영국 정부가 보수당 일각의 ‘전쟁 불사론’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모든 수단을 고려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고, 스페인과 EU도 한발 물러서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이후에도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의 지브롤터 영유권 주장, 지브롤터를 영국 식민지로 명기한 EU의 공문, 지브롤터에 정박한 영국 상선들에 대한 스페인 군함의 위협 등이 잇따르면서 긴장은 여전한 상태다. 영국은 지난해에 분쟁을 매듭짓겠다며 주민 의견을 반영한 경제특구 육성 등의 계획을 밝힌 상태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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