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근무자 가운데 속출하면서 환자 발생 규모가 4월 초반 수준으로 증가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70명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달 5일(81명) 이후 53일 만이다. 물류센터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검사 대상자는 4,100여명에 달한다. 보건당국은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과 달리 물류센터 근무자는 검사를 회피할 가능성이 낮아서 전수검사와 역학조사가 마무리되면 확산세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방역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로 되돌리는 길을 열어둔 모양새다.
2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전날 같은 시간보다 늘어난 신규 확진자는 79명으로 이 가운데 68명이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천 물류센터와 관련이 있는 확진자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82명으로 늘었다. 물류센터 직원은 63명이고 19명은 이들의 접촉자다. 부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첫 확진자는 23일 확진판정을 받았으나 센터는 25일에서야 가동을 중단했다. 그 이후 3일 만에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이날엔 경기 고양시의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추가로 환자가 확인되는 한편, 부천시 물류센터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가 지역의 대형 콜센터에서도 근무한 상황이 확인됐다. 접촉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은 접촉자 전수검사와 역학조사가 마무리되는 29일부터는 확산세를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확진자가 더 늘어나더라도 대부분 방역망의 감시 안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논리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이태원 클럽 사례와 달리 대부분의 연락처 파악이 용이해 검사는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어제까지 전체의 약 83%인 3,445명에 대하여 검사가 시행됐고, 오늘(28일) 중으로 대부분 검사가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방역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로 되돌릴 가능성이 없다고 부정하지는 않았다. 보건당국이 당초 밝힌 방역체계 강도 강화 조건은 △1일 평균 신규 환자 50명 이상 △집단 발생의 수와 규모 △감염 경로 불명 사례 5% 이상 △전체 환자 가운데 방역망 밖에서의 발생 비율 20% 이상 등이다. 보건당국은 이 수치를 최소 2주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4가지 조건 가운데 감염경로 불명 사례 조건만 만족한 상황으로 지난 2주간 발생한 확진자 353명 가운데 27명(7.6%)의 감염원이 불명확하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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