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지정 예고
경북 영양군에 있는 5층짜리 모전석탑이 보물로 승격된다. 모전석탑은 벽돌 형태 석재를 쌓아 만든 석탑이다. 특히 문화재로 지정된 불탑의 1.6%에 해당할 정도로 희소한 벽돌탑 계열이라는 사실이 높이 평가됐다.
문화재청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2호 ‘영양 현리 오층모전석탑’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해체 보수 과정에서 기단부와 옥개부(屋蓋部ㆍ탑신 위 지붕 돌 부분) 일부가 변형된 건 아쉽지만 희소한 모전석탑 계열의 탑인 데다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보물로 지정해 충분히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모전석탑은 안동, 의성, 영양 등 경북 북부, 경주 일대에 분포돼 있는데, 현재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불탑 492기 중 영양 현리 모전탑 같은 전탑계 모전석탑은 8기에 불과하다.
영양읍 현리 반변천 인근 평지에 있는 영양 현리 오층모전석탑의 제작 시기는 통일신라 말, 고려 초로 추정된다. 탑 주변에서 출토된 용 문양 암막새(기와의 일종)와 돌을 다듬은 형태, 문설주(문짝을 끼우기 위해 세운 기둥)에 있는 인동문(忍冬紋ㆍ꽃무늬와 덩굴무늬가 조화를 이룬 무늬), 일제 강점기 관련 보고서 내용 등이 근거다.
탑은 크게 기단부와 탑신부(몸돌), 상륜부로 구성된다. 1층 탑신은 벽돌 모양 돌을 12단으로 쌓아 축조했고, 남면에 작은 불상 등을 모시는 감실(龕室)을 뒀다. 감실 표면에는 문짝인 문비(門扉)가 있는데, 그 좌우 문설주에는 당초문(덩굴무늬)이 새겨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감실 좌우의 문설주에 당초문이 조각된 사례는 영양 현리 모전석탑이 유일하다”며 “모서리 부분의 돌을 둥글게 다듬어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이런 형태도 다른 석탑ㆍ전탑에서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총 5개 층인 탑신부는 2층부터 올라갈수록 체감비(둘레가 줄어드는 정도와 그 비례)가 크다. 영양 입암면에 있는 국보 제187호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석탑’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양식이 같다. 재료(회색 이암과 적색 사암 등)나 형식(모전석탑 5층탑), 남쪽에 설치한 감실의 존재, 체감비 등 비슷한 구석이 많다.
탑은 원래 4층 일부까지 남아 있었지만, 1979년 해체 복원 과정에서 5층으로 복원됐다. 이후 2003,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기단과 주변을 보수 정비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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