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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남긴 숙제… 쌓이는 재활용 자원 해결 방법 없나요

입력
2020.06.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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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레터]수출 길 막힌 페트병, 폐지 등 단가 하락에 처치 곤란 

 분리 수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재활용에 상당한 부담 

경기 하남 미사대로 하남유니온파크 내 재활용품 선별 시설에 뒤섞인 재활용품이 산처럼 쌓여 있다. 고은경기자
경기 하남 미사대로 하남유니온파크 내 재활용품 선별 시설에 뒤섞인 재활용품이 산처럼 쌓여 있다. 고은경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언택트(비대면)’시대의 도래를 알렸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바깥 활동을 삼가면서 소비는 줄어들었고 이는 경기 위축으로 이어졌는데요. 이런 가운데서도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는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지요. 전 세계적으로 방역을 위한 필수품인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은 안타깝게도 환경 오염원으로 취급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공기는 맑아지고, 야생 동물이 도심에 돌아온다는 데 늘어나는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재활용품은 큰 과제로 다가왔습니다.

지난달 14일 경기 하남에 있는 하남유니온타워 환경기초시설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폐기물처리 시설부터 하수처리 시설까지 지하화에 성공한 곳인데요. 코로나19 이후 폐기물 처리 시설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전 세계 61개국을 돌며 쓰레기 문제를 다룬 책 ‘쓰레기책’을 쓴 이동학 작가와 둘러봤습니다. 이곳 폐기물처리 시설에서 하루 처리하는 물량은 50여톤. 20여명의 작업자들은 코로나19 이후 밀려드는 재활용품을 숨돌릴 틈 없이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되지 않은 분리수거, 결국 사람 손 거쳐야 

경기 하남 미사대로 하남 유니온파크 내 재활용 선별시설에서 작업자가 플라스틱 내 이물질을 처리하고 있다.
경기 하남 미사대로 하남 유니온파크 내 재활용 선별시설에서 작업자가 플라스틱 내 이물질을 처리하고 있다.

실제 재활용품이 쌓인 곳에는 폐지뿐 아니라 마시던 음료가 그대로 남은 음료수병, 테이프가 그대로 붙어 있는 스티로폼 상자, 폐지까지 한데 뒤섞여 있었습니다. 분명 분리 수거를 할 때 병과 비닐, 폐지, 플라스틱을 따로 모아 배출했는데 처리시설 현장에서는 소용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김기수 소장은 “아파트는 분리 배출이 잘 되는 편이지만 문제는 일반 주택가”라며 “일반 주택은 분리 배출이 잘 되지 않고 설사 배출이 잘 되도 수거 할 때 이물질이 뒤섞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활용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자원화될까요. 가장 먼저 겹겹이 쌓여있는 비닐을 터트리는 파봉기를 거쳐 부피를 줄이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어 사람이 이물질이나 전선, 가전제품 등을 제거하죠. 제거된 재활용품은 풍력 선별기를 통해 무게에 따라 자동 분류되는데 무거운 유리병 종류가 이곳에서 걸러집니다.

다음은 컨베이터 벨트 위에서 유리병을 공병, 무색병, 녹색병, 갈색병으로 나누는데, 이것도 사람의 손이 필요합니다. 분류된 유리병은 외부로 판매되고요. 남은 재활용품 가운데 스티로폼은 파쇄 후 압축, 폐지 역시 압축 과정을 거쳐야 쓰임새가 있는 자원으로 재탄생됩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자력선별기를 통해 철이나 알루미늄을 걸러낸 뒤 플라스틱자동선별 설비로 이동하게 됩니다. 여기서 생수병 등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페트·PET), 샴푸용기 등 폴리에틸렌(PE), 고추장이나 도시락용기인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나뉘게 되는데요. 플라스틱 자동선별기의 적중률은 96%나 됩니다. 하지만 복병인 커피컵은 이물질이 많아 재활용 측면에서 볼 때는 달갑지 않고요. PP 등은 표시된 것과 성분이 다른 경우가 있어 분류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입니다.

 ◇갈 곳 잃은 재활용 자원, 처리센터에 가득 

경기 하남시 하남 유니온센터 재활용선별시설에 스티로폼이 산처럼 쌓여 있다.
경기 하남시 하남 유니온센터 재활용선별시설에 스티로폼이 산처럼 쌓여 있다.

시설 곳곳에는 이미 자원화 처리를 끝내고 판매만 기다리는 재활용 자원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국내 페트병 중 60% 이상을 사들이는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길이 막히자 오갈 데 없어진 페트를 비롯해 스티로폼과 폐지를 가공한 자원들인데요.

환경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페트의 경우 주요 8개 업체 기준 4월 첫째 주 9,853톤에 달하던 재고는 4월 마지막 주 들어 1만4,466톤으로 늘었습니다. 폴리프로필렌의 경우에는 주 수요처인 중국으로 수출이 재개되면서 재고 적체가 일부 해소되긴 했지만 국내의 경기 침체로 오갈 데 없이 쌓여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폐지는 수출 증가 및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사이의 거래도 줄어들면서 오히려 적체량은 감소 추세지만 이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죠.

오갈 곳 없는 재활용 자원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제 유가하락과도 연관돼 있는데요. 원유가 원재료인 페트의 경우 새 원료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처에서는 재생 원료를 살 이유가 없어지겠죠. 순환정보자원센터에 따르면 2월 ㎏당 650원하던 스티로폼은 600원으로, 페트는 289원에서 256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스티로폼을 압축해 자원화 한 물질인 ‘인고트’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판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스티로폼을 압축해 자원화 한 물질인 ‘인고트’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판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는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최용헌 하남시 자원시설 팀장은 “버려진 스티로폼을 압축해 자원화 한 물질인 ‘인고트’의 경우 액자 테두리 등 실내 건축 소재 재활용품의 원료로 쓰이면서 수익을 냈다”라며 “코로나19 이후 ㎏당 900원이던 게 지금은 반값 이하로 떨어졌다”고 설명합니다.

최 팀장은 이어 “실제 자원화를 하더라도 이를 살 곳이 없어질 수 있다”라며 “현재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들여 직접 소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정부, 다각도 지원으로 재활용 대란은 없다 

김기수 하남유니온타워 환경기초시설 운영소장이 이동학 작가에게 페트병을 압축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기수 하남유니온타워 환경기초시설 운영소장이 이동학 작가에게 페트병을 압축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도 2018년 겪은 제2의 쓰레기 대란을 또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달 7일부터 재고가 가장 많은 페트 공공 비축을 시작했는데요. 23개 재활용업체 현장 점검을 거쳐 현재 재고량인 1만8,000톤 중 1만톤을 비축하기로 한 것입니다. 최근 저유가 상황에서 기름이 팔리지 않아 정유사들이 난감해지자 정부가 비축유를 사들이고, 여유 비축시설 임대를 추진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또 재활용 자원의 판매가가 낮아진 것을 감안해 수거 단계부터 재활용품 매각 단가를 조정하는 가격연동제를 적용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지요. 최근에는 페트 등 너무 많이 쌓여가고 있는 버려진 플라스틱부터 수입을 제한해 국내 조달 가능한 원료의 수요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 외 폐플라스틱 품목에 대해선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단계적으로 수입 금지를 추진키로 했지요.

하지만 단기적 해결책이 아닌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동학 작가는 “처음부터 폐기물이 대량 발생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소비·재사용 구조의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시민들 스스로도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분리 수거의 질적 우수성을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합니다. 제2의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해선 시민들도, 업체도, 정부도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하남=글·사진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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