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온종일 흐리고 때때로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충남 논산에 위치한 비글구조네트워크 쉼터 관계자 및 봉사자분들은 새 손님맞이로 분주했습니다.
바로, 연구소에서 평생을 실험동물로 살던 비글 29마리가 구조되는 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한평생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전부였던 29마리의 비글들은 알고 있었을까요?
오늘이 좁디좁았던 실험실을 벗어나 진짜 땅을 밟고, 진짜 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날이라는 것을요.
무사히 쉼터에 도착한 비글들은 생소한 환경과 생전 처음 보는 이들의 환대가 낯선 듯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간혹 답답함에 울부짖는 아이도 있었고, 어서 문을 열어달라며 발을 구르는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언제나 그랬듯 본인의 의사보다는 사람들의 행동과 지시를 가만히 따를 뿐이었어요.
차에서 내린 29마리의 비글들은 준비된 장소로 안전히 옮겨졌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비글들.
친구들이 모일수록 옆 케이지의 냄새를 맡고 소리를 내며 관심을 보였는데요.
잠시 후, 29개의 문이 활짝 열리며 모든 비글에게 ‘자유’가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 마리 선뜻 발을 내딛지 못했어요.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을 철창 너머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었을지, 처음으로 선택권이 주어진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문이 열리기 전까지 활달했던 비글조차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지켜보는 사람들 역시 초조함과 미안함에 숙연해지던 그때, 한 마리의 용기 있는 한 걸음을 시작으로 한 마리 두 마리 본인의 의지로 케이지를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케이지를 벗어난 비글들은 눈앞에 놓인 물을 먹거나 사람들에게 달려오는 것 대신 아직 나오지 못한 친구들의 케이지로 다가갔습니다. 아직 불안감에 떨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반가움을 표하며 그들이 나올 수 있게끔 기다려줬어요.
주삿바늘을 꽂아 고통을 준 연구자에게조차 금세 꼬리를 치며 반기는 친화력과 나쁜 기억을 빠르게 잊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오히려 실험동물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비글.
이들이 행복한 제2의 삶을 찾기 위해선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29마리 비글의 구조 현장,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영상=동그람이 최종화 PD jhchoi089@naver.com, 동그람이 김광영 PD gyhiro1130@naver.com
동그람이 김광영 PD broad0_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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