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자국의 자랑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호이안을 중국 푸링이라고 설정한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넷플릭스 측의 실수를 지적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으로 악화된 반중 정서가 재차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28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3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베트남의 유명 콘텐츠 제작자 ‘유에스유케이 월드(USUK WORLD)’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미국 CBS방송 드라마 ‘마담 세크리터리’ 시즌1 4화의 한 장면을 올렸다. 해당 영상이 호이안 지역을 중국 충칭시 푸링으로 잘못 표기했기 때문이다. USUK는 “베트남의 자부심인 호이안에 대한 자막을 잘못 단다는 것은 넷플릭스가 베트남 문화를 경시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게시물은 9,200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급속히 확산됐다.
베트남의 분노는 하필 잘못된 설정의 대상이 최근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실제로 현지매체들은 “애청자들은 드라마에서 아름답게 그려지는 풍경이 호이안이 아니라 푸링이라고 생각해 그 곳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며 “호이안이 중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는 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 수혜가 중국으로 돌아가는 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베트남과 중국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올 초 베트남 어선을 침몰시킨 데 이어 일방적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메콩 델타삼각지의 기록적인 가뭄의 원인이 메콩강 상류에 설치된 11개의 중국 측 댐들 때문이라는 얘기마저 베트남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이다.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는 “이번 해프닝은 베트남 내 반중 정서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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