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깡’ 갑자기 왜 떴지?... ‘밈’ 열풍 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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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깡’ 갑자기 왜 떴지?... ‘밈’ 열풍 부는 이유

입력
2020.05.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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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 Why] 방송사 등 거대 매체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유행 선도 

가수 비가 2017년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깡'이라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KBS 방송화면 캡처

“1일 1깡 교과서” “한번에 3깡” “식후깡” “1일 1깡 민족대확장 프로젝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1일 1깡’에 대한 댓글들입니다. 요즘 온라인 대세는 ‘깡’이죠. 깡은 2017년 12월 가수 비가 내놓은 미니앨범 ‘마이 라이프애’(MY LIFE愛)의 타이틀곡이에요. 발매 당시엔 세련되지 못한 콘셉트로 조용히 사라졌다가, 최근 누리꾼의 패러디 열풍을 타고 재조명되고 있죠.

깡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깡’의 퍼포먼스를 따라 하는 ‘커버 댄스’ 영상 제작은 기본이고요. 재간둥이(꾸러기) 표정 금지, 입술 깨물기 금지, 소리질러 금지 등 비에게 바라는 점을 적은 ‘10년차 진성 팬의 비 형을 위한 20가지 직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되기도 했어요. 깡의 팬을 뜻하는 ‘깡팸’, 성지순례라는 말에서 따온 ‘깡지순례’(깡 콘텐츠 찾는 현상), 깡이 명곡처럼 들린다는 뜻의 ‘깡각증세’ 등 각종 신조어도 탄생했죠. 깡의 공식 뮤직비디오는 최근 조회 수가 가파르게 상승해 27일 기준 1,100만회를 돌파했습니다.

시대착오적이고 촌스럽다는 혹평으로 시작된 깡 즐기기는 이제 조롱을 넘어 새로운 놀이문화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비가 “깡을 더 재밌게 즐겨달라”며 대인배의 면모를 보이면서 대중은 더욱 부담 없이 ‘1일 1깡’을 즐기고 있죠.

깡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1월 온라인을 달군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는 지코의 노래에 맞춰 익살 맞은 춤을 추는 영상을 공유하는 문화인데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죠.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중견 배우 김응수의 영화 ‘타짜’(2006) 속 캐릭터 건달 곽철용이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나 깡패 아니다. 나도 적금 붓고 보험 들고 살고 그런다” “묻고 따블로 가”라는 등 영화 속 명대사를 살린 패러디 영상과 술자리 게임, 패러디 포스터까지 등장했습니다.

 ◇‘밈’ 현상이라고? 그게 뭔데?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1일 1깡’을 검색하면 나오는 다양한 ‘밈’ 콘텐츠. ‘깡’을 패러디한 영상부터 ‘깡’의 인기이유를 분석한 영상까지 각양각색으로 ‘깡’을 즐기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이 같은 현상은 ‘밈’(Meme) 문화로 풀이되는데요. 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 하고 놀이로 즐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밈’은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책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처음 만들어낸 용어예요. 처음엔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작은 개념으로 출발했죠.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서 ‘밈’은 콘텐츠를 단순히 복제하는 것에서 벗어나 재가공하고 새로운 해석을 곁들이는 식으로 변모합니다. 사실 새로운 현상은 아니에요.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콘텐츠를 놀이로 즐기는 문화는 꾸준히 성장해왔다”면서 “다만 지금은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콘텐츠가 시대의 주류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어요. 방송사 등 거대 매체가 콘텐츠의 인기와 유행을 좌우하던 시대에서 이제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유행을 선도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깡이나 가수 양준일의 노래 ‘리베카’도 온라인을 통해 밈 문화가 확산된 후 뒤늦게 각종 방송에 전파를 탔죠.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처음엔 밈이 콘텐츠를 단순 복제하고 이를 파생하는 형태로 발전했다면, 지금은 대중의 의식성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며 “자신의 방식대로 콘텐츠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담으면서 콘텐츠에 또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고 설명했어요.

늘 있던 현상이라면서, 유달리 파급력이 크죠? 주된 배경이라 보긴 어렵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문화에 특히 더 시선이 쏠린 것 같다는 분석도 있어요. 김 평론가는 “사회적 활동이 줄고,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도 움츠러들면서 대중이 예전 콘텐츠를 끌어낸 경향도 있는 듯하다”고 했어요.

 ◇놀이와 악플은 한 끗 차이?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지코가 여러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춤추는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반복 노출되면서 이를 따라 하는 놀이문화가 확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문가들은 밈 현상이 여러 다른 형태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 봤는데요. 그러다 보니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습니다. 조롱이나 웃음거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악플의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죠. 깡도 어떻게 보면 “악플이 희화화된 사례”(김교석 평론가)로 볼 수도 있고요.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깡을 즐기는 문화가) 이번엔 긍정적인 형태로 발전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엄연히 조롱에서 시작된 만큼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크게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며 “놀이 형태로 즐기되 지나치게 사람을 비웃거나 조롱을 정당화하지 않도록 자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했어요. 지금처럼 건강하면서도 재미있게 즐기면, 앞으로 밈 문화가 꾸준히 발전할 수 있겠죠.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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