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보임, 간접 영향력에 불과…심의ㆍ표결권 침해 아니다”
재판관 4명 반대 의견 “정당이 개별 의원 지위 압도하면 안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서 반대한 위원을 사보임시키고 안건을 지정한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처리 과정에 위법ㆍ위헌이 있어 패스트트랙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당시 바른미래당) 등이 문희상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청구인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권한쟁의 심판에서 문제가 된 사보임은 국회 내 위원회 소속 위원의 사임(辭任)과 보임(補任)을 함께 이르는 말로, 원내대표가 신청해 국회의장이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4월 공수처 설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격렬하게 대치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던 오 의원은 안건 지정에 반대했지만 같은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인 김관영 의원이 당 몫의 위원 변경을 요청하고 문 의장이 이를 허가하면서 결국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포함됐다. 오 의원은 당시 자신을 강제 사임시킨 것이 법률안 심의ㆍ표결권 침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오 의원 측은 “헌법기관인 의원의 권한이 소속 정당에 의해 침해됐다”고 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 같은 사보임은 정당의 공천권 행사처럼 “국회의원 권한 행사에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위원의 의사에 반하는 개선을 허용되더라도, 국회의원이 정당ㆍ교섭단체의 의사와 달리 표결하거나 독자적으로 의안을 발의ㆍ발언하는 것까지 금지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정당 등이 정책을 최대한으로 반영하기 위해 차기 선거의 공천, 당직의 배분 등의 수단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헌재는 당시 사보임이 국회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배척했다. 국회법은 특별위원회 위원에 대해 ‘회기 중 개선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헌재는 이 조항을 “개선된 동일 회기 내에는 다시 개선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2018년10월 선임된 뒤 2019년 4월 사임된 오 의원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날 결정에서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당시 사보임이 헌법상 자유위임의 원칙을 위반해 오 의원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 등은 “정당은 국가기관이 아닌 사적 결사에 불과하다”며 헌법상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 아래 개별 국회의원의 지위나 권한은 정당 등의 명령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재판관 등은 “비록 국회 의사진행 효율성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개별 국회의원의 지위를 압도할 정도로 정당에 얽매인다면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리를 부정하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틀을 뛰어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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