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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엔 마스크 남는데… 마트엔 왜 마스크 사러 줄 설까

입력
2020.05.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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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 Why] 공적 마스크보다 싼 마트 마스크에 수요 몰려 

초등학교 1,2학년 및 유치원생의 등교 개학이 시작된 27일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에서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하는 동안 학부모와 학생들이 등교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등교 수업이 본격화되면서 마스크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초등학교 1,2학년 및 유치원생의 등교 개학이 시작된 27일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에서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하는 동안 학부모와 학생들이 등교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등교 수업이 본격화되면서 마스크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마스크 번호표 받았어요!”

세 달 전 얘기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반만 하더라도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면서 공적마스크를 사기 위한 행렬이 어디든 길게 늘어섰습니다. 이제는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줄이 사라진 것은 물론 심지어 공적마스크 재고가 쌓인다고 하죠. 구매 수량을 일주일에 3개로 늘렸는데도 여전히 재고가 남는다고 해요.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대형마트는 여전히 마스크를 사려는 엄마들로 붐비고 있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26일 전국 각 지역 맘 카페에 대형마트에서 번호표를 뽑고 마스크를 사왔다는 글과 매장 입구에 길게 늘어진 줄을 봤다는 목격담이 여러 개 올라왔어요. 경기 수원지역 맘카페에는 “오늘 처음으로 신랑 출근 전에 둘이 가서 마스크 번호표 받았다. 매번 가는 길에 품절돼 다시 돌아오고 몇 달을 고생했는데, 처음으로 줄을 서 번호표를 받아 로또가 된 것 마냥 좋았다”(mi****)는 후기 글도 있었어요. 글 작성자는 이날 마트가 문을 열기 한참 전인 오전 6시 50분에 도착했는데, 번호표가 이미 100번을 넘어섰다고 해요.

또 “저도 4번 도전했다 오늘 성공했다. 처음에는 7시 50분에 가서 선착순에서 잘렸다. 두 번은 6시에 갔는데 입고되지 않았고, 오늘은 6시 40분에 67번을 받았다”(yj****), “6시 30분쯤 도착하니 20명 정도 줄을 서 있었다. 오늘은 번호표 배부가 7시 10분 전에 끝났다”(jm****)는 글도 있었어요.

과연 수원뿐이었을까요? 경기 김포지역 맘카페에도 “아침 일찍부터 트레이더스에서 마스크 번호표를 받고 오픈까지 시간이 남아서 롯데마트에 가서 KF94 마스크를 샀다. 롯데마트 번호표는 63번쯤에서 끝났다. 검정 마스크는 10번 초반에서 끝이다”(스****)라는 글이 있었고, 대전지역과 서울지역 맘 카페에도 비슷한 글이 여러 개 올라왔어요.

26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한 지점 앞에 매장을 오픈하기 전 마스크 판매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6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한 지점 앞에 매장을 오픈하기 전 마스크 판매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공적마스크가 남아도는데 왜 유독 마트에만 줄이 길게 늘어서는 걸까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공적마스크의 가격을 인하해 달라거나 덴탈마스크도 공적 판매해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덴탈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최근 초ㆍ중ㆍ고교생의 등교 개학이 시작되면서 마스크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에요. 그런데 공적마스크의 가격은 세 달째 그대로이고, 오히려 덴탈마스크의 가격은 오르는 상황이죠. 마스크 가격에 부담을 느낀 엄마들이 저렴한 마스크를 찾아 나선 겁니다.

공적마스크는 1개당 1,500원에 판매하고 있어요. 반면 이마트 창고형매장인 트레이더스는 최근 KF94 마스크의 개당 가격을 공적마스크보다 저렴한 1,300원으로 책정해 판매했어요. 26일 판매된 덴탈마스크는 대형 70매입이 2만3,980원, 소형 40매입이 1만2,380원이었고요. 이마트 역시 27일 기준 덴탈마스크 대형 50매입의 가격이 2만7,900원이었어요. 오프라인 판매처에서 50매입을 3만원대에 파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죠.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스크는 약국에 가면 언제든 바로 살 수 있다. 그런데 가격 때문에 마트에서 줄 서서 산다”(뇌****)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어요.

이마트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27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트레이더스는 이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용량으로 판매하는데, 저렴해서 특히 수요가 더 몰리는 것 같다”며 “마스크는 매장에 진열하지 않고 오전에 번호표를 배부해 판매하는데, 보통 오전 중에 판매가 완료된다”고 설명했는데요. 끝난 줄 알았던 마스크 줄 서기. 대체 언제쯤 사라지는 걸까요? ‘마스크 번호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날이 조만간 올 수 있을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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