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재훈(30ㆍSK) 고우석(22ㆍLG) 조상우(26ㆍ키움)가 벌인 ‘구원왕 삼국지’는 KBO리그의 이슈 중 하나였다.
하재훈은 투수 전향 첫 해 구원왕(36세이브)에 오르며 SK의 뒷문 걱정을 덜었다. 첫 풀타임 마무리로 활약한 고우석도 그에 1개 모자란 35세이브로 이상훈 이후 LG 역대 최고의 마무리로 급부상했다. 조상우 역시 긴 공백에도 불구하고 20세이브를 수확하면서 포스트시즌, 프리미어12에서도 만개한 기량을 뽐냈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 올 시즌 초반엔 그들의 이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 26일 현재 NC 원종현이 세이브 7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조상우만 공동 2위(4세이브)에 올라 있을 뿐이다. 고우석은 사실상 올 시즌 구원 경쟁에선 일찌감치 낙마했다. 지난 18일 무릎 수술을 받아 재활기간만 3개월이 예상된다.
하재훈은 팀과 개인의 부진이 겹쳐 총체적 난국이다. 일단 단 3승(15패)에 그치고 있는 팀 사정상 세이브 기회 자체가 없다. 9연패 하는 기간 중반까지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도 불펜진이 난조를 보인 탓에 세이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 20일 키움전에서야 팀의 10연패를 끊으면서 자신도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지만 구위 자체도 지난해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다음날인 21일 키움전에선 8-7로 앞선 9회말 등판했지만 박동원에게 적시타를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SK는 이 경기를 아쉽게 패하면서 시즌 첫 연승 기회를 놓치고 다시 연패에 빠졌다. 하재훈은 등판한 5경기 중 3경기에서 실점을 허용해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 중이다.
가장 답답한 건 조상우다. 그는 여전히 150㎞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앞세워 타자를 압도하고 있다. 150㎞ 후반대를 찍던 구속을 조금 낮추면서 제구력까지 가다듬었다. 6경기에 등판해 1승 4세이브를 올리면서 6.1이닝 동안 볼넷 없이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의 완벽한 투구다. 하지만 조상우 역시 최근 10경기에서 4승 6패로 주춤한 팀 성적 때문에 세이브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그의 마지막 세이브는 지난 12일 삼성전이다. 21일 SK전에선 7-8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막고 9-8 역전승을 거둬 승리투수가 됐다. 세이브는 14일째 개점 휴업 상태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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