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A씨 “락스 소독, 세부 지침은 학교 재량으로 혼란”
27일부터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 1·2학년, 중학교 3학년의 등교가 시작된 가운데 한 중학교 보건교사가 “학교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현직 중학교 보건교사 A씨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학생들 등교를 앞두고 “많이 떨린다”며 “방역 관리자로 있는 저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 구성원인 선생님들, 급식실, 조리실 여사님들까지도 지금 초 긴장 상태”라고 밝혔다.
A씨는 학생들이 8시간 넘는 학교 생활 중,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어 줄지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미 개학을 한 고3 사례를 들며 “다른 고등학교 선생님들께 여쭤보니 오전 중에는 아이들도 긴장되고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 하다가 쉬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마스크를 턱으로 내리게 되고 생활 속 거리두기는 잘 안 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점심시간 이후에는 많은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그냥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에서 각 학교당 관리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에 A씨는 “실무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점이 좀 있다”고 밝혔다. 한 학교당 관리 인력 3명이 배치되는데 이들이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 업무만 도울 뿐, 보건교사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전문 인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는 학생수가 1,000명이 넘는 학교에만 보건전문 인력을 지원한다.
A씨는 학교 소독에 대해서도 “보건실 당 락스 5리터 두 개를 비치해 두라는 지침이 있어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도 “락스를 어떻게 희석해서 소독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안내가 돼 있지만 무엇으로 닦으며 그 닦는 것을 누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각 학교에서 다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 보니 모든 것들을 다 학교 구성원인 학교 선생님과 교직원,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 다 동참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스럽다”며 “학교에서도 방역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다른 곳에 공백이 생길까 봐 걱정되고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학생들 등교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현장의 보건 교사들은 방역 우려를 담은 청와대 청원을 내기도 했다. 자신을 현직 고등학교 보건 교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21일 ‘등교 개학은 누굴 위한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려 “고3 등교 개학 하자마자 모든 선생님들 ‘방역은 물 건너갔다. 전국 1, 2, 3등으로 확진자 발생만 하지 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보건교사는 아무 인력 지원도 못 받고 홀로 유증상자, 일반 학생 다 살피고, 교사들 문의 하루 20~30통씩 받다가 발열체크 하면 어느덧 5시”라며 “학생들 쉬는 시간에는 팔짱 끼고 마스크 벗고 껴안고 난리다. 학교가 안전해 보이시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 하루만 학교에 나와보시라”라며 “‘쉬는 시간에 가급적 움직이지 마라’ 하면 애들이 로봇처럼 말을 듣나. 천만에 말씀. 직접 와서 보고 그래도 방역이 안전하겠다 하면 계속 문 여시라”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27일 오전 현재 14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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