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부천, ‘연고이전 악연’ 제주와 첫 대결에서 0-1 패
2020년 5월 26일은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부천FC 팬들의 ‘축덕 인생’이 새로 열린 날이다. 14년 전인 2006년 2월 2일 부천SK가 제주 서귀포시로 연고이전하며 떠난 뒤 프로 무대에서 처음 제주를 상대한 날이기 때문이다. 부천 팬들은 이날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2 4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무관중 경기임에도 객관적 전력에서 뒤처진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불어넣기 위해 꽤나 많은 준비를 해뒀다.
비록 무관중 경기라 부천 팬들이 경기장에서 직접 소리지를 순 없었지만, 선수들이 이날 경기에 대한 의미를 한 번 더 새길 수 있는 응원문구를 현수막에 적어 게시해뒀다. ‘5,228일동안 지켜온 우리의 긍지, 새롭게 새겨지는 우리의 역사’, ‘저들(제주)이 떠나고 만난 진정한 부천FC, 당신들만이 우리의 영웅입니다’라는 응원 문구가 경기장에 내걸렸다. 동영상 채널 넷플릭스의 축구 영상물 ‘죽어도 선덜랜드(Sunderland 'Til I Die)’에서 착안한 ‘죽어도 부천(BUCHEON 'Til I Die)’란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팬들의 응원가는 물론 선수의 이름을 하나 하나 외치는 ‘선수 콜’까지 녹음해 경기장에 울려 퍼질 수 있도록 기획했고, 장내 아나운서가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면 팬들이 호응하는 듯한 음원을 경기장에 송출하는 ‘상황극’까지 실행에 옮겼다. 흥미로운 점은 방송실에서 직접 ‘앰프 응원’을 조정한 이가 부천 팬이라는 점이다. 직접 소리지르진 못해도 최대한 실전과 가까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팬을 섭외했단 게 구단 관계자 얘기다.
개막전부터 아산, 안양, 안산을 연달아 물리치며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던 부천은 이날 K리그2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제주와 치열한 공방전 끝에 0-1로 졌다. ‘예전 그 팀’과 맞붙어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정규 90분을 버텼지만, 후반 45분 제주 공격수 주민규(30)에 헤딩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제주의 귀중한 시즌 첫 승, 부천은 원통한 시즌 첫 패가 확정된 순간 부천 선수들은 흡사 우승을 놓고 다투다 진 것 마냥 경기장에 드러누웠다. 그만큼 혼신의 힘을 다했단 얘기다.
송선호 부천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 내용을 탓하고 싶진 않다”며 “승리를 기다렸던 부천 팬들에겐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송 감독은 “앞으로 제주전이 두 경기 남았는데, 다음엔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해보겠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