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협, 사회적호응 적은데도 목표액 높게 잡고 후원금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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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협, 사회적호응 적은데도 목표액 높게 잡고 후원금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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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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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 단체와 양말 판매… 농구장 관중석 돌며 성금 걷기도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모금 활동에 과도하게 동원됐다고 밝히면서 과거 정대협의 모금 캠페인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할머니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왜 모금하는지 몰랐고 부끄러웠다”고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대협은 출범 직후인 1992년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모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전국에 흩어진 할머니들의 위안부 피해 신고를 받은 정대협은 정기 수요시위 등을 통해 할머니들 대부분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실상을 알리며 생활지원금 모금을 추진했다. 정대협 초대 공동대표였던 이효재ㆍ윤정옥 전 이화여대 교수 등의 당시 언론 인터뷰를 보면 “역사적 희생자인 할머니들이 더 이상 무방비로 방치되지 않도록 모금에 동참해달라”는 호소가 나온다.

정대협은 좀처럼 모금에 속도가 붙지 않자 1992년 11월 ‘할머니들의 생활기금 마련을 위한 양말판매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여대생 단체와 함께 전국 여대 학생들에게 양말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할머니들의 생활비로 사용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 관련 모금 캠페인은 번번이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 1992~1993년 정대협과 여성단체, 학계, 종교계 인사들이 ‘정신대 할머니 생활기금모금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해 10억원 모금에 뛰어들었지만 호응 부족으로 1억4,000여 만원을 모금하고 중단됐다. 1997년엔 일본 정부가 민ㆍ관 기금 성격의 위로금을 조성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주려 하자 정대협은 “진정한 사죄 없는 위로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할머니들을 위한 배상금을 따로 모금했다. 목표액은 60억원이었지만 같은 해 8~12월 4억원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2003년 5월 28일 오후 서울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560차 수요정기시위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관계자들이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목표를 높게 잡은 모금 활동이 계속 이어지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연도 낱낱이 공개됐다. 할머니들이 참가한 가운데 매주 열린 수요시위에서는 “피해자 할머니 중 3명은 전세금을 못내 쫓겨날 형편” “지하셋방에서 가족이나 돌보는 이 없이 홀로 숨어 살고 있는 할머니들” 등 열악한 생활상이 담긴 전단이 배포됐다. 모금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는 하나 민낯을 전부 내보였음에도 캠페인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할머니들의 좌절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운동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2000년대 들어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문화계와 스포츠계 등에서 모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여자프로농구(WKBL) 리그에서 진행된 모금 캠페인이 한 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정대협 대표였던 2009년 시민기자 자격으로 수원시민신문 등에 게재한 기사에 따르면, 매 경기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영상을 관람한 후 치어리더나 선수들이 관중석을 돌아다니며 성금을 걷는 캠페인이 이어졌다. 이 성금은 정대협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 자금으로 쓰였다.

이 할머니가 전날 대구에서 연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농구 경기에 가서 선수들한테 성금을 받아오기도 했다”고 밝힌 행사는 이런 현장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회견 중 이 할머니는 “농구 경기하느라 애를 쓰는데 거기 버젓이 앉아서 돈 거둔 걸 받아오고 하니 부끄러웠다”고 회고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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