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엔] 미세먼지 안심선? 황당하고 헷갈리는 선 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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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엔] 미세먼지 안심선? 황당하고 헷갈리는 선 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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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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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마주치는 ‘선’은 제한과 규제를 의미하지만 기준이 모호할 경우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22일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사거리 횡단보도에 미세먼지 안심 대기선이 설치돼 있다. 이 선은 의미를 모르는 이가 많을 뿐 아니라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사거리 횡단보도 앞, 도로로부터 약 1m 떨어진 지점에 ‘미세먼지 안심 대기선’이 설치돼 있다. 노란색 블록이 시선은 끌지만 그 용도를 이해하는 보행자는 드물다. 올해 초 이 동네로 이사한 이유정(38)씨는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취지인 것 같긴 한데 바닥에 표시된 선을 지키는 것으로 어떻게 미세먼지를 안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안심 대기선은 신호를 기다리는 보행자가 차량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덜 받게 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가 설치했다. “도로에서 3m 떨어지면 16%가량 미세먼지에 덜 노출된다”는 수도권대기환경청의 실험 조사(2015년)가 설치의 근거다. 2016년 관악구가 최초로 설치했고 경남 창원시와 서울 서대문구도 설치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도로 상태나 기상 상황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 변수가 큰 만큼 이 같은 실험 결과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공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의 피해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영역을 바닥에 선을 그어 설정하는 것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기록한 25일 가재울사거리에서 만난 김모(42)씨는 “오늘같이 공기가 안 좋은 날에 저 선이 무슨 소용이냐”며 “저렇게 색깔을 칠하는 것보다 미세먼지 농도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자전거 전용차로에 택시가 줄지어 서있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실선으로 구분하고 색깔도 다르지만 차량 운전자들에 의해 자주 무시된다.
26일 밤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미래로 자전거 전용차로에 차량이 주차돼 있다.

◇운전자는 모르는 자전거 전용차선

일부 자전거 전용차선의 경우 원래의 용도와 역할을 하지 못한 지 오래다. 차량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거나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자전거 전용차선은 자동차가 점령하기 일쑤다. 영등포구 마포대교 남단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차선은 이미 오래전 택시 대기 장소로 전락했다. 서대문구 가재울미래로 자전거 전용차선 역시 자동차 주정차가 빈번하다. 구청의 단속마저 더욱 뜸한 야간에는 아예 주차장으로 변하고 만다. 자전거를 타고 이 지역을 자주 오가는 최모(23)씨는 “자전거 차선을 이용하고 싶지만 불법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인도로 다닐 수밖에 없다”며 “그 때문에 자전거 이용자들까지 덩달아 불법을 저질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산책로. 도로 중앙에 그어진 실선은 오른쪽을 보행자 도로, 왼쪽을 자전거 통행로로 구분하는 용도이나 실제 이용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보행로와 자전거 통행로가 구분된 홍제천 산책로의 24일 모습. 그나마 통행 방향 구분이 가능하다.

◇중앙선으로 오인 받는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 구분선

선뜻 그 의미를 알 수 없거나 모호해서 사고까지 유발하는 ‘선’도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홍제천 연가교와 홍남교 구간 산책로는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주황색 실선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대다수가 도로 중앙에 도색된 실선을 중앙선으로 인식한다. 결국 자전거와 보행자가 서로 뒤섞인 채 구분선 우측으로 통행을 하느라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2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차장에 여성 우선 주차구역이 표시돼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곳이 많다 보니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켜지지 않는 여성 우선 주차선

여성 우선 주차구역에 그어진 분홍색 선은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해 존재감이 희미해진 경우다. 서울시는 주차 규모가 30대 이상인 주차장마다 전체의 10% 이상을 여성 전용 주차구역으로 만드는 조례를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여성 대상 범죄 예방을 위해 밝기와 CCTV 촬영 각도, 접근성 등 설치 조건도 달았다. 그러나 이를 강제하거나 위반해도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 자체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모(38)씨는 “주차하다 보면 분홍색이 눈이 안 띌 때도 있고, 주차공간이 부족하면 어쩔 수 없이 분홍색 선 안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며 “예전엔 분홍색 아닌 다른 곳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이젠 색깔 구분 없이 비어 있으면 그냥 세운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 성산로가 체증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파란 실선으로 구분된 버스전용차로는 텅 비어 있다. 이 지역 전용차로는 시간제이므로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일반 차량도 이용할 수 있다.
버스전용차로 운영시간을 도로 바닥(왼쪽 사진)과 가로 표지로 안내하고 있지만 정보량이 많고 눈에 잘 띄지 않아 운전자가 헷갈리기 쉽다. 일부 내비게이션의 경우 단속 지역 경고를 시도 때도 없이 해 혼선을 부추기기도 한다.

◇넘어도 되는데… 시간제 버스전용차선

넘나들어도 되는 선을 넘지 않아 오히려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다.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 설치된 가로변 버스전용차선은 24시간 운영되는 중앙버스전용차로와 달리 시간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평일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만 버스전용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시간은 승용차 등 일반 차량의 통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운전자들이 ‘종일 운영’으로 착각한 나머지 선을 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버스전용 외 시간대 일반 차로가 꽉 막혀 있는데도 버스 차로는 텅텅 비어 있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진다.

서울 마포구 성산로 성산제2교 인근 가로변 버스전용차선의 경우 이 같은 상황은 매일 반복된다. 운영 시간에 대한 바닥 및 표지 안내가 있지만 시작점 등 제한적으로 설치돼 있어 운전자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운전자 이용선(39)씨는 “그 동안 파란 실선은 침범해서는 안 되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며 “안내가 잘 돼야 운전자들이 제대로 도로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문소연 이동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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