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을 앞두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찰처럼 피의자 포토라인을 금지하는 등 형사사건에 대한 공개를 원칙적으로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고위공직자가 어떤 범죄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지가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게 되어, 국민의 알 권리가 지나치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수처가 수사하는 사건에 대한 대외적 공보 방향을 논의했다. 준비단은 이날 회의에서 외부 자문위원들에게 ‘형사사건 비공개’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이에 자문위원들은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참고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형사사건 관련 내용의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개소환과 촬영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정을 시행 중이다. 형사사건에 대한 공보는 전문공보관이 담당하며, 중요사건에 한정해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예외적으로 수사 상황을 공개한다. 자문위 관계자는 “위원들 사이에 크게 이견이 없었다”며 “피의자 인권과 수사의 비밀보장을 위해 기존 보다 엄격하게 사건 공개를 금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준비단은 자문위원들 의견 등을 토대로, 공수처 공보 방향을 관련 규칙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검찰에 준하는 공개금지 원칙이 세워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일반 피의자와 같은 기준으로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은 이들의 비위 사건에 대해서는,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도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 자문위는 이날 공수처법상 사건 이첩 의무가 어느 시점에 발생하는 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공수처법 제24조는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자문위는 공직자의 범죄 혐의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발견된 시점을 범죄 인지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 등을 준비단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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