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추돌 아닌 고의사고 정황
아이들끼리 싸웠다는 이유로 상대방 어린이를 SUV로 역주행까지 하며 쫓아가 덮친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북 경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1시40분쯤 경북 경주시 동천동 동천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A(40)씨가 몰던 SUV승용차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B(9)군을 뒤에서 덮쳤다. 사고 지점은 스쿨존이다.
이 사고로 B군은 한쪽 다리 등을 심하게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한 스쿨존 교통사고로 끝날 것만 같던 이번 사건은 B군 누나라고 밝힌 쪽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고 당시 영상을 공개하며 “살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 남자 어린이가 자전거를 타고 우회전한다. 곧이어 뒤따르던 흰색 SUV차량이 차량 앞쪽 우측부위로 자전거를 덮친다. 자전거와 함께 어린이는 오른쪽으로 넘어졌지만, SUV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7, 8m가량을 전진한다. 자전거와 아이 다리를 바퀴로 밟고 지나가는 듯 차량은 덜컹거리다가 멈춘다.
B군의 ‘누나’는 “동생과 실랑이를 한 아이의 어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동생을 중앙선까지 침범하며 쫓아가 고의로 들이받았다”며 “실랑이를 한 놀이터에서 사고현장까지 200m나 뒤쫓아갔다”고 주장했다. 또 “목격자에 따르면 사고를 낸 차량 브레이크 등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보통 운전자는 코너에선 서행하고, 무언가 부딪친 느낌이 들면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는데 영상 속 운전자는 넘어진 자전거와 아이를 밟고 치고 나가 차가 덜컹거릴 정도”라고 했다. 이어 “운전자는 차에 내려 동생에게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었고, 119신고도 목격자가 대신했다”며 “이건 명백한 살인행위다. 동영상이 없었다면 영상 속 운전자는 단순한, 경미한 사고였다고 말했을까”라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날 사건은 운전자 A씨가 피해 어린이 등이 자신의 딸아이를 괴롭힌 데 대한 보복차원의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 A씨는 “남자어린이 2명이 괴롭힌다”는 딸의 전화를 받고 놀이터에 도착했으나 B군 등이 별다른 사과를 하지 않고 자리를 뜨자 추격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여자 아이 엄마가 남자 어린이를 SUV승용차로 뒤쫓다가 사고가 난 것은 사실”이라며 “고의인지 과실인지는 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차량 운행기록장치와 블랙박스 영상, 폐쇄회로TV,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해 사고의 고의성이 있었는지, ‘민식이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경주=김성웅 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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