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전 세계 항공사들이 발 묶인 여객기를 화물기로 ‘용도 변경’하고 있다. 평소라면 승객이 앉았을 좌석에 짐을 가득 싣거나 일부는 아예 좌석을 통째로 뜯어내 짐칸으로 개조하는 식이다.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당장의 현금 확보를 위해 묘수를 낸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독일 루프트한자, 영국 버진애틀랜틱, 미국 아메리칸항공 등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이런 전략을 펼치고 있다면서 “코로나로 인한 항공업계의 혼란상을 가장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단적으로 아메리칸항공은 36년간 승객 없이 화물만 실은 항공편을 단 한 차례도 띄운 적이 없지만 지금은 매주 140회를 운항하고 있다.
여객기의 화물기 전용 전략이 먹히는 건 이번 사태로 여객 운항은 대폭 감소한 반면 화물 수요는 소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3월 전 세계 여객 운송 수요는 전년 대비 52.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여객기 대부분이 운항을 멈추면서 항공화물 운송여력이 23% 쪼그라들었는데, 항공화물 수요는 15% 정도만 줄어서 ‘초과 수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다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크리스 웨더비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주요 항공사들은 UPS, 페덱스 등 국제 항공물류 전문 운송사들의 경쟁 상대가 못 된다”면서 “화물용 비행기에 곧장 지게차로 짐을 나르는 전문 운송사들은 보잉747 기준으로 45분이면 하역이 가능하지만 일반 여객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 각국 관계 당국의 까다로운 안전 기준과 사전 승인 절차를 통과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 국토부도 항공기 객실에는 화물칸과 다르게 화재 감지ㆍ진화시스템이 적게 설치됐다는 이유로 객실에 화물을 적재할 경우 방염 포장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처럼 애로사항이 없지 않지만 당분간 이런 전략은 항공사들의 ‘현금 수혈’ 역할을 톡톡히 해낼 전망이다. AP는 “불황이 더 심해지면 다른 경제 부문과 마찬가지로 항공화물에도 심각한 타격이 있겠지만 지금은 여객기를 이용한 화물 운송이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에 항공사들에게 희망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