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의 산재사망 이후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한 ‘김용균법’이 올해 1월부터 발효됐지만 여전히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 벌써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21일 LPG운반선에서 용접 작업을 하던 30대 하청노동자가 질식해 숨졌다. 2월에는 작업용 발판 구조물을 제작하던 하청노동자가 21m 높이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고, 지난달에는 50대 노동자가 도장공장 대형문에 끼여 숨졌다. 질식, 끼임, 추락 등 모두 전형적인 후진국형 산재사고다. 고용노동부가 11일부터 20일까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지만 감독이 종료된 바로 다음 날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기업의 안전불감증과 당국의 부실 감독이 빚어낸 인재(人災)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홀로 작업 중 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씨 사고 이후 노동계는 위험한 작업에는 ‘2인 1조’ 근무 원칙을 법제화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외면하는 바람에 애꿎은 목숨을 잃은 사고도 발생했다. 22일 광주의 한 폐목재처리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목재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목숨을 잃었다. 그 역시 혼자 작업하다 참변을 당했다. 4년 전 19세 김모군이 ‘2인 1조’ 작업 규정이 있음에도 인력 사정 때문에 혼자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안전 의무를 위반한 사망사고가 나면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21대 국회에 촉구하며 25일부터 국회 앞 농성을 시작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중간관리자만 처벌받는데 그쳐서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노동계의 주장을 무리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달 전 무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참사에서도 원청회사인 한익익스프레스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힘 있는 원청회사의 책임자는 빠지고 중소 시행ㆍ시공사들이 이리저리 책임을 외면하는 사이에 유가족들은 아직 합동장례식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 없이는 제2의 김용균, 제2의 구의역 김군의 비극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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