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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배경에 ‘견생샷’ 찍어주는 동물보호소가 있다?

입력
2020.05.26 16:22
수정
2020.05.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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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 ‘사진 잘 찍는다’ 소문난 포항의 한 보호소

사진 한 장에 생사 달려… “전직 사진사 직원이 전공 살렸죠”

경북 포항의 동물보호소 ‘영일동물플러스’가 올린 구조동물의 사진. 영일동물플러스 제공
경북 포항의 동물보호소 ‘영일동물플러스’가 올린 구조동물의 사진. 영일동물플러스 제공

“스튜디오에서 돈 내고 찍은 사진인 줄 알았어요.”

“이 정도면 강아지들 견(犬)생샷 아닌가요?”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경북 포항의 한 동물보호소 유기ㆍ유실 동물들의 사진에 쏟아진 반응입니다. 철창 안에서 잔뜩 긴장한 채로 움츠러드는 것이 보통인 다른 보호소들의 동물 사진과 달리 분홍색 꽃 배경이나 잔디밭에서 매력을 뽐내는 모습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요.

그렇다면 이 보호소는 어쩌다 동물들의 사진에 이토록 공을 들이게 된 걸까요. ‘사진 잘 찍는 보호소’로 소문난 영일동물플러스 관계자는 2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엇보다 ‘입양’을 잘 보내기 위해서 사진에 신경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조된 동물들은 사진 한 장으로 생사가 갈릴 수도 있기 때문에 구도 및 배경, 액세서리 등을 고심해 고른다는 겁니다. 최근엔 자원봉사자로부터 기증받은 분홍색 꽃 배경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는데요. 이 관계자는 “실제로 눈길을 끄는 사진을 올리면 입양 문의가 빨리 오는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경북 포항 ‘영일동물플러스’에서 유기동물 입양 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에 올린 구조동물 정보들. 포인핸드 캡처
경북 포항 ‘영일동물플러스’에서 유기동물 입양 애플리케이션 ‘포인핸드’에 올린 구조동물 정보들. 포인핸드 캡처

해당 보호소에는 또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했던 사진 전문가가 직원으로 있다고 합니다. 전공을 살려 남다른 감각으로 동물들의 사진을 촬영한다는데요. 보호소의 사진들을 두고 “꼭 스튜디오에서 찍은 것 같다”던 말이 정확한 평가였네요. 영일동물플러스에서는 각 구조 동물들의 특이 사항을 적을 때도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털의 색깔이나 겉모습을 소개하는 것에서 나아가 리트리버 믹스로 추정되는 강아지를 ‘곰 같은 매력’이 있다고 설명하거나, ‘하이파이브를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아가’라고 특성을 살리는 것이죠.

누리꾼들은 보호소의 관련 사진과 설명에 ‘애정이 묻어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먼저 사진으로 동물들을 접할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게 이처럼 공들인 사진은 효과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어요. 한 누리꾼(남****)은 “최대한 예쁘게 보이려고 정성을 들인 티가 나서 어쩐지 울컥한다”며 “동물들이 모두 좋은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또 다른 누리꾼(고****)도 “포획틀에 있는 사진만 올려주고 얼굴은 제대로 안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보호소들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6년 동안 전국에서는 41만 5,514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졌습니다. 영일동물플러스에도 200여마리의 유기ㆍ유실동물이 가족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정해진 공고기간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또 입양 문의가 없으면 이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보호소 동물들의 사진을 마냥 귀엽고 예쁘다고 무심히 보아 넘겨선 안 되는 이유일 겁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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